제주도의 추억

2006, 제주 공항, 제주항

reisekorea 2023. 5. 31. 19:27

제주도가 한국의 대표적인 신혼여행지인 적이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유채꽃이 핀 제주도로 가서 사진을 찍고 조그만 돌하르방과 감귤한박스를 기념품으로 사서 돌아오던. 그나마 이런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 삼촌 세대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고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 오래고 우리의 물가가 비싸져서 어지간한 동남아나 태평양 쪽 여행지가 제주도보다 저렴하게 되어버린 요즘에는 절대적인 신혼여행지의 지위를 거의 잃어가고 있는 듯 하다. 휴강도 안 해줄 뿐더러 출석체크도 하겠다는 엄포?에 순진하게 수학여행도 안 따라갔고 어버이날 효도관광과 겹쳐 졸업여행이 무산되면서 학부때 제주도에 갈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혼할 때까지 안 가면 신혼여행으로 가 봐야지라고 생각할 즈음 학교를 오래 다니다 보니 학회로 제주도를 갈 일이 생겨서 2001년, 2003년에 이어 2006년 세번째로 제주도를 찾게 된다. 당연히 신혼여행은 다른 곳으로 갈 것 같다. 어찌되었든 김포공항, 인천공항 이외에 처음본 우리나라 공항이 제주공항이었는 데 좋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나름대로 깔끔한 느낌이긴 했다. 세번 다 날이 더울 때 찾아서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느껴지던 습한 공기의 느낌이 공항보다 더 강한 이미지로 남아 있지만.

 

2001년 드디어 학회로 제주도를 밟았을 때 학회에서 예약을 해주는 호텔이 전부 5성급이어서 당황스러웠다. 그중에서 가장 싼 곳이 이곳 퍼시픽 호텔이었다. 하루 2만원으로 할당된 빠듯한 출장비에 조금 무리가 가긴 했지만 방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당시의 기억으로는 경주에서 묵었던 콩코드호텔이 5성호텔에 대한 내 그림을 확실히 바꿔 주었기 때문에 그래도 이만하면 여관하고는 조금 다르지 않냐는 생각에 이해를 했을 지도 모르겠다. 방은 그렇다치고 감동적인 부분은 아침식사였다. 깔끔한 한정식이 우울했던 제주대학의 점심식사와는 매우 달랐으니.

 

바닷가를 따라 산책로가 이어져 있고 방파제가 있고 계속 걸어가면 등대가 나오고 방파제 너머로 횟집들이 나오고 결국 여객터미날이 나오는 제주항의 모습이다. 2001년, 2003년, 2006년 세번에 걸쳐 제주도를 찾았고 그때마다 이곳을 걷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01년일 것 같다. 아직 산책로가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그때 처음 출시되었던 스타우트 맥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본 느낌이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2006년에 갔을 때는 바다색이 예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 사진을 다시 봐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