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경복궁 Part 2
얼핏 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나라 전각들의 지붕 끝에는 자그마한 조각상들이 있다. 잡상이라고 하고 보통 손오공이나 삼장법사를 조각해 놓았다고 한다. 악귀를 물려쳐 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고. 그래서 궁궐 지킴이에게 물어봤다.
나: 왜 하필 손오공이죠?
지킴이: (자꾸 이상한 것 좀 물어보지 마!) 글쎄요. 다음에 오시면 공부해서 알려 드릴께요.^^ (-_-;)
왜 하필 손오공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손오공은 원숭이에서 온 캐릭터고 조각은 그걸 표현한 것 같다. 누군가 OTL이모티콘같아 보인다고 하기도 한다만.
만원권 지폐에도 등장하는 근정전과 함께 경복궁의 대표적인 건물인 경회루다. (그 사이에 만원권 도안이 바뀌어서 경회루는 만원권에서 사라졌다.) 태조때 처음 만들었지만 태종, 성종 대에 증축을 하였다고 하고 연산군이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데도 활용한 곳이라고 한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도 이곳이 배경이었을 지는 영화를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첨성대이래 우리나라의 건축물들이 늘 그렇듯이 경회루도 연못의 모양, 경회루로 들어가는 다리의 개수, 기둥의 개수까지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경회루라는 현판은 원래 양녕대군이 쓰셨다고 하는 데 임진왜란때 불탔고 현재의 현판은 강화도 조약을 맺었을 때의 조선측 관료였던 신헌이라는 분이 고종 때 경복궁을 재건할 당시 썼다고 한다. 류큐(오키나와)의 사신이 보고 '용이 물에 비친 것 같다'는 찬사를 보냈다고 하는 데 경복궁을 보고 감동해서 만들었다는 오키나와의 수리성이 보고 싶어 졌다. 사진으로 얼핏 보았을 때는 그냥 홍콩같은 곳에서 보이던 남방계 아시아의 건축에 바닥의 돌기단이나 해태라고 생각되는 석상이 우리의 영향같아 보였는 데.
경회루와 함께 경복궁에서 물위에 떠있는 또 하나의 건물이 향원정이다. 지금은 바뀌었겠지만 7판의 Lonely planet 한국편의 서울 부분의 메인 그림으로 향원정이 그려져 있다. 음양의 조화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건물 답게 네모난 연못 한가운데 둥근 섬을 만들고 건물을 지어 놓았다. 처음부터 있었던 건물은 아닌 것 같고 세조 때 다른 이름의 정자가 있었는 데 고종 당시에 그 위치에 향원정을 지었다고 한다. 향원정이라는 이름은 중국 고서에 나오는 '향기는 멀수록 맑다'라는 문구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고. (이후 향원정은 추가 복원을 통해 흰색 서양풍의 철제 다리가 들어섰다. 원래 고종 떄 그런 다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옛날 향원정 다리가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일까?)
흥선대원군이 바보행세까지 하며 외척의 견제를 피해 살아남은 뒤 아들을 국왕으로 즉위시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흥선대원군과 함께 또 한명의 킹메이커가 있었다고 한다. 효명세자의 왕비이고 고종을 양아들로 만들어 왕위에 오르게 했으며 고종 대에 대왕대비였다는 신정왕후 조대비라는 분이다. 자경전은 조대비가 머물렀던 공간이라고 한다. 자경(慈慶)이라는 이름은 慈라는 글자에서 어머니의 행복을 바라는 건물이라는 뜻이다. 요즘은 근정전이나 경회루 못지 않게 이 건물이 주목받는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벽'이라고 하는 이 십장생이 그려진 벽 덕분에.
경복궁 안에는 국립민속 박물관이 있다. 법주사 팔상전에서 디자인을 빌려 왔다고 하는 데 개인적으로는 경복궁의 미관을 해치는 것 같다. 안의 내용물은 생각보다 충실해서 옛 시대에 살던 집을 재현해 놓은 부분이나 옛날 놀이 들을 체험할 수 있는 부분들 그리고 전시된 물품도 꽤 봐줄만 하지만. 그래도 법주사 팔상전 모양으로 민속박물관을 만들어 경복궁 안에 놓자고 처음 생각한 사람 누군지 몰라도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