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추억

2006, 서귀포 약천사

reisekorea 2023. 6. 2. 11:30

서귀포 지역에 택시로 찾아가야 하는 관광 포인트가 2군데가 있었다. 외돌개라는 곳과 약천사. 그냥 돌 하나가 솟아있는 곳을 보는 것보다는 절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약천사로 향했다. 대적광전이라는 법당이 주 건물이고 그 앞에 한쪽에는 범종을 다른 한쪽에는 북을 넣어둔 회랑 요사채가 있다. 역사가 깊은 고찰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절 답지 않게 단아한 멋보다는 꽤 위압적인 멋이 있었다. 남국의 느낌도 나고.

 

대적광전 옆에는 오백나한의 조각이 있는 오백나한전이 있다. 겉모양은 평범하지만 난간에서 바라본 대적광전이나 전망이 그런대로 괜찮고 역시 핵심은 안에 있는 오백나한의 조각일 것 같다.

 

'아라한을 증득한 500명의 스님의 모습.' 이 조각상에 대한 설명이다. '아라한'이 뭘까? '증득'이란 단어도 어렵다. '아라한'은 '아라한 장풍대작전'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본 것 같은 데. 어찌되었든 500상이 모두 다른 개성을 갖고 있고 스님의 가사를 입고 있지만 표정은 물론 하고 있는 자세나 들고 있는 소품 그리고 모습을 봐서는 인종까지도 달라보이는 500개의 조각을 하나하나 바라보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약천사의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의 모습이다. 화엄사 각황전을 기본으로 금산사 미륵전의 설계를 참조하여 설계하였고 단일법당으로는 동양 최대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양식을 따랐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요란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오히려 남방 불교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 꽤 압도적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창틀에 삼국유사에 등장할법한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부조를 하고 색을 칠해 놓은 모습이 내가 보기엔 닛코의 도쇼구같은 에도시대의 일본 건물을 보는 것 같다. 물론 화려한 아름다움이 인상적인 건 사실이지만.

 

대적광전에 들어서면 어서 들어오라는 비구니가 관광객을 맞는다. 부처님께 공양미를 하라는 말도 물론 잊지 않는다. 삼존불상이고 가운데의 본존불은 비로사나불이다. 비로사나불은 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좌우로는 약사불과 아미타불이 있다. 건강과 재물과 출세 어느쪽을 원하는 손님도 놓치지 않으려는 배려일까?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황금빛의 거대한 불상과 그 앞의 둥근 기둥을 감는 용, 높은 천정 위의 화려한 장식 등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일본은 불교가 민중신앙과 결합하면서 수용이 되어 신사와 절이 함께 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차돈의 순교로 불교가 혁명적으로 받아들여져서 민간신앙과 강하게 결합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절에서 토속신앙과 관계가 있어보이는 삼성각이라는 건물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용왕과 산신령 호랑이가 그려진 벽화가 있는 건물인 데 보통 절보다 조금더 높이 산쪽에 지어져 있다. 약천사의 삼성각은 외벽이 검은 현무암으로 되어 있어서 더욱 특이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