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중문 여미지 식물원
'좋은 곳이다. 그런데 남자끼리 혹은 남자 혼자 가기엔 좀 그렇다.'는 평을 듣고 있는 여미지 식물원이다. 우리나라 식물원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곳이니 그래도 가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 그리고 날이 좋으니 테디베어보다는 식물원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찾았다. 여미지가 한자로 如美地였다.
여미지 식물원은 온실과 주위에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가운데에 있는 온실은 꽃, 열대식물, 선인장, 수생식물, 열대과일 등으로 각각 테마를 갖고 구성이 되어 있고 가운데에 전망대가 있는 형식이다. 복도에는 꽃으로 장식한 백설공주나 피터팬, 동물 같은 것들로 꾸며 두었고. 사진은 전망대에 오르는 계단에서 찍었다.
2001년 내가 속한 팀이 한라산을 갔을 때 연구실의 다른 팀은 여미지 식물원에 왔다. 그리고 연구실 후배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는 데. 그날은 비가 와서 그 친구는 우산을 들고 있었고 키가 좀 작고 통통한 편인데 여미지의 일본 정원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다들 화투의 비를 보는 것 같다고 놀렸던 기억이 난다. 일본정원은 일본식의 모래정원과 돌아가면서 보게 되어있는 식의 정원을 모두 조그맣게 갖춰놓았다. 하긴 모래정원은 일본에서도 그렇게 크지는 않으니. 그런데 이 정원이 정말 선불교 적인 느낌을 주려면 뭔가 모래에 결을 잘 내어 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헝겁 조각마저 보여 선의 세계보다는 속세의 세계로 보이니.
여미지의 일본정원이 어딘지 어색했다면 한국정원은? 불행히도 어색했다. 경복궁 자경전 꽃담을 카피한 듯한 담이 있고 그 앞으로는 제주도의 전통가옥 모형이 있다. 뒤로는 연못과 정자가 있는 데 자연과의 조화, 공간감 등이 없다고 주장하면 '너 잘났다.'라는 반응이 돌아 오려나? 어찌되었든 2%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여미지에서 사진이 가장 잘 받는 곳이 프랑스 정원일지도 모르겠다. 좌우대칭으로 깎아놓은 나무울타리와 꽃으로 잘 정돈해서 가꾸어 놓은 정원에 가운데 분수를 두고 뒤에 베르사이유의 사랑의 정원에 있는 것 같은 돔형 정자를 둔 형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본 왕궁의 정원과 비교하면 또다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