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추억

2007, 제주시 국립 제주 박물관

reisekorea 2023. 6. 2. 12:13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지방인 제주도를 겨울에 찾았다. 따뜻하다는 이미지 때문인지 공항 로비를 장식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앞의 눈사람이 조금 신기해 보였다.

 

국립제주박물관이 공사를 마치고 새로 개관한 듯 했다. 깔끔하게 단장된 모습이 인상적이기는 한데 건물 앞에 야자수가 있다거나 하는 걸 제외하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겉모양이 서울의 중앙박물관을 좀 연상시켜서 제주도다운 개성이 좀 없는 듯 느껴졌다.

 

겉모양은 조금 개성이 없어 보였지만 내부에서 봤을 때는 돔형의 지붕 내부에 제주도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스테인드 글라스를 만들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너무 서양적이라는 인상도 받았지만 제주도에 뭔가 신화와 전설이 있을 법한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전시실에는 소박한 선사시대의 유물이 많아 휘황찬란한 보물을 기대하면 조금 실망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권력의 손길이 강하게 미치지 못하는 평화로운 섬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절대권력자를 위하 만들어진 정교한 보물이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농사일은 커녕 집안일도 별로 해 본적이 없어 돌도끼, 방추차, 빗살무늬 토기를 보아도 별다른 고고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흔히 보는 하루방이 아닌 이런 석상이 있다는 것이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 사진 속 두 석상의 표정이 서로 다른 걸 바라보면 입가에 미소도 짓게 되고.

 

한석봉과 함께 2대 명필로 꼽히는 김정희는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보냈고 작품도 남기고 있다. 몇몇 작품은 해남도로 유배당했던 소동파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데 비슷한 처지에 놓여 본 김정희가 소동파의 작품과 생애에 공감을 느꼈는 지도 모르겠다. 김정희의 글씨에서 주제를 따왔지만 현대 설치미술의 형태로 장식한 전시공간이 독특했다. 김정희의 글씨가 정말 아름답다고 받아들이기엔 나의 심미안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