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서귀포 건강과 성 박물관
'제주도에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박물관이 있다.'라는 명제는 '참'이었다. 좀 외진 곳이었는 데 암스텔담 같은 곳을 여행하면서도 '나름대로 재미있다.'와 '보면 별 것 없다. 시시하다.'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후자쪽에 더 설득되어 그냥 지나쳤는 데 마라도로 가는 배시간이 남았고 용머리 해안이나 조각공원보다 1시간정도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들어가 보았다. 일단 외관은 조각으로 해 놓은 조경이 인상깊었다. 프리즘 모양의 건물도 특이했고.
예전에는 영화나 드라마, 코메디 프로의 소재로 문풍지에 구멍을 내서 첫날밤을 훔쳐보는 장면이 가끔 등장했는 데 요즘에는 보다 자극적인 소재가 많아서 별로 활용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딘지 그리운 옛날 생각을 나게도 했다. 어딘지 심형래 씨가 출연한 코메디에 나왔을 법한 세트같은. 구멍을 들여다 보면 스크린에 변강쇠(?) 쯤에 해당하는 영화가 흐르고 있다. 딱히 볼거리가 있지는 않지만 조금 기발하고 외국과는 차별되는 부분이라는 데 의의가 있을 것 같다.
건강과 성 박물관에서 기발하다고 느꼈던 곳은 이 공중전화 부스같이 생긴 전시공간이었다. 영화에 나올법한 오래된 전화기가 인상적인 데 내부에는 -물론 가짜겠지만- 060 유료전화 광고 스티커가 붙어 있다. 수화기를 들면 유료전화 서비스에서 나올만한 내용이 2분정도 흘러나온다. 인터넷이라는 이 전화보다도 강력한 유해환경?에 놓여있는 청소년들의 호기심에 어필을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외진 위치에 있어서 - 하긴 이런 내용의 박물관이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있는 것도 좀 그렇긴 하다.- 찾아오기도 불편하고 9000원이라는 입장권 가격도 만만치는 않지만 지나칠 일이 있고 시간이 남는다면 한번 쯤 봐 줄만 하다는 게 평가라면 너무 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