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첨성대, 계림
파리를 여행할 때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로마를 여행할 때는 콜롯세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내가 거기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다. 경주에서는 첨성대 앞에서 사진을 찍으니 '내가 경주에 와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불국사는 석가탑과 다보탑이 있지만 하나의 상징물로는 조금 애매하고 석굴암은 유리 벽 속에 있어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보니 역시 첨성대인 모양이다. 바깥에서도 살짝 보이는 첨성대를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서 안에서 보는 것의 유일한 위안도 그런 점일 지 모르겠고. 내 평가는 이렇게 짜지만 Lonely planet이나 지구를 걷는 법은 첨성대를 꽤 높이 평가하고 있다. 사용된 벽돌이 361개라 음력으로 1년의 날짜 수와 같고 27층인데 가운데 관측창을 중심으로 위에 12층 아래가 12층이라 24절기를 상징하며 곡선으로 쌓아올린 모양이 멋지다는 것이다. Lonely planet은 약간의 의심스러운 말투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는 소개를 인용하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사진으로나 보던 첨성대를 실물로 보는 건 반가운 일인 모양이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밤에 조명한 걸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석씨 왕조인 석탈해왕은 인도출신이라는 설이 있다. 범어로 석은 물(水)이란 뜻이고 탈해는 대장장이라는 뜻이라나? 그래서 석탈해는 물을 건너 철기 기술을 가져온 사람이라는 의미가 된다고 한다. 마지막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는? 석탈해가 제위하고 있을 때 이 숲에서 닭우는 소리가 들려 신하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숲 속에서 금궤를 하나 발견했다고 한다. 금궤에는 남자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가 경주김씨의 시조인 김알지라고 한다. 그리고 금궤에서 나왔다고 하여 성은 김(金)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전설을 듣지 않더라도 오래된 느티나무가 주는 느낌은 꽤 신비롭다. 그리고 그 전설에 싸여 더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리 전설이 있다고 해도 숲만 있다면 허전할 것 같은 데 그 허전함을 채워주는 조형물도 있다. 조선의 순조 임금은 계림의 전설이 멋지다고 느껴졌는 지 비각을 세우고 계림의 전설을 적어 놓았다고 한다. 비각의 내용을 해독할 능력이 안되는 나같은 후세 사람은 비각을 돌담으로 둘러싼 모습이 특이하다고 느낄 뿐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