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충주, 수안보
서울, 대구, 대전의 사람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데 공평한 장소가 어디일까? 그 답은 수안보였다. 각각의 도시에서 모두 대충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가장 의외인 도시는 역시 대전. 대전에서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고속도로가 아니라 국도를 타고 가야하는 곳이라 2시간이 걸리고 만다. 눈오는 국도를 아슬아슬하게 달려 수안보에 도착했다. 아주 유명한 온천 마을인데 일본의 온천 마을들을 보고 눈이 높아져서인지 분위기가 아주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수안보에 있는 사조마을 리조트의 모습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이곳에 극기훈련을 왔었다. 시설은 좋지만 운영이 좀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오로라 밸리'라는 이름이었고 그후에 '블루 밸리'라는 이름을 거쳐 지금은 '사조마을'이 되어 있다. 그때는 시설이 좋아 보였는 데 지금은 난방이 안되는 방에 석유 곤로를 하나 가져다 놓고 조금 머리가 아픈 가운데서 춥게 회의를 한 기억이 남는 곳이 되고 말았다. 사진 처럼 스키를 탔으면 마음이 풀렸을 지 모르겠지만 회의만 했으니... 하여간 이 곳은 의외로 론리 플래닛에도 소개되어 있고 '슬로프가 7개 밖에 안되는 조그만 스키장이지만 하루 놀기엔 좋다.' 정도의 평을 얻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수안보에 왔을 때 이름만 듣고 과연 어떤 놈일까 궁금했던 꿩 샤브샤브를 드디어 먹어 봤다. 코스로 되어 있었고 꿩의 각 부위별로 육회, 강정, 만두 등을 만들어서 나온다. 샤브샤브가 메인인 것 같은 데 그냥 내 입맛엔 삶은 닭고기 맛이 났다. 뭐, 내가 삶은 재주가 별로 없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고기 맛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수안보에 왔으니 온천을 해 보기로 했다. 상록호텔이라는 곳에 갔는 데 딱히 이유는 잘 모르겠고 전날 꿩고기 요리 먹은 곳에 할인 쿠폰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우나가 원래 6천원인데 할인해서 5천원에 들어간 것 같다. 일단 유성의 유성호텔이나 홍인호텔보다 살짝 비싼 것 같았다. 내부 락커나 욕탕의 시설도 유성만 못했는 데. 하여간 '지구를 걷는 법'에 보면 수안보는 산과 어우러진 온천 마을로 분위기가 괜찮고 서울에서도 멀지 않아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상록 호텔에 대해서는 충주의 특산물인 사과식빵이나 입욕제 등을 파는 게 특이하고 온천 안에 맥반석을 놓은 것이 특징이라고 하고 있다. 내가 갔을 때 그랬는 지 몰라도 내 기억엔 '연세 지긋한 할아버님들이 많은 곳'이 특징인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