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서울대학교는 중부 산간지방이라고 부른다. 가끔 환경청에서 발표하는 서울의 대기오염자료를 엉터리라고 할 때가 있는 데 서울대학에서 측정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좀 건물 밀도가 높아져서 어떨 지 몰라도 관악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 안에서는 공기가 제법 좋은 곳이다. 그리고 겨울엔 제법 춥다. '서울 경기지방 대체로 흐리겠고 중부 산간 일부 지방에서는 지형적 영향으로 눈이 오는 곳이 있겠습니다.'라는 일기예보에서 눈이 오는 경우가 있어 서울 경기지방의 일기예보가 아닌 중부 산간지방에 대한 멘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소리도 있었다. 도서관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본부는 기둥을 세워놓고 밑을 어느정도 뚫어놓은 구조로 되어 있다. 그 앞의 잔디밭을 총장잔디라고 하지만 더 잘 알려진 이름은 기둥이 서있는 모습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같다고 미화하는? 세력에 의해 아크로폴리스 혹은 '아크로'라고 불리운다. 이제는 이곳도 추억이 되어가고 학생운동의 메카같았던 '아크로'는 추억이 아닌 아득한 옛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청록파 시인이었던 박목월 시인에 '청노루'라는 시가 있다.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봄눈 녹으면
느릅나무/속잎 피어 가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맑은 눈에
도는/구름
시에는 시인이 상상하는 보랏빛 무지개의 '자하산'이 나오고 서울대에는 보랏빛 무지개 연못인 '자하연'이 있다. 바로 뒤로는 인문대학이 있고 국문과에는 박목월 시인의 아들인 박동규 교수님이 공포의 A폭격기인 문학개론을 가르치신다. 자하연에는 원래 처녀가 건너면 무너진다는 '오작교(烏作橋)'가 있었다. 개교이래 튼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밋밋하고 투박한 하늘색 아치교였던 오작교는 너무 밉게 생겨서 '誤작교'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 다리가 밉다고 생각한 사람이 더 있었는 지 어느새 오작교는 자리를 감추고 분수가 들어섰다. 더 아름다운지 어떤지는 몰라도 '처녀가 건너면 무너지는 데 아직도 튼튼하다'는 이야기 거리가 사라진 건 안타깝다.
관악산. 학교 뒤의 산이지만 등산객들도 가끔 찾는 곳이다. 옆으로 터진 입구로 들어가면 입장료도 받는 듯한. 이사진은 2003년 4월 4일에 찍은 모양이다.
선생님께서 어느순간 부쩍 여위시기 시작했다. 이유는 당뇨였는데 사모님이 내과 의사시라도 역시 모든 병을 예방하기는 힘든 모양이다. 물론 식이요법과 운동이 필요하고 가끔 어느순간 선생님께서 사라지시기도 하고 가끔은 땀을 잔뜩 흘리신 모습으로 나타나시기도 해서 놀랐는 데 2시간 정도 스케쥴이 없는 순간이 되면 늘 관악산으로 등산을 하신다고 하셨다. 식목일 하루 전날 함께 등산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으나 해마다 거의 되풀이 되는 스키장처럼 백지수표가 되고 말았다. 물론 학생들은 올라갔다.
관악산에 오를 때의 느낌은 학교 뒷산이라고 만만하게 보기엔 제법 험하다는 것이었다. 바위도 많고. 나름대로 경치도 아름답고 정상까지 갔을 때의 흐뭇함도 있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울이나 과천의 모습이 나름대로 아름답기는 하지만.
12년간 학교 다니면서 정말 자주 다닌 곳인 데, 2006년 1월 예비군 군복을 찾으러 동사무소의 예비군 본부에 들렸다 나오며 '이제 이곳에 또 올 일이 별로 없겠지?'라는 생각이 스쳐 사진에 담아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달 뒤 친구만나러 다시 이곳을 찾은 걸 보면 앞으로도 올 일이 있을 것 같긴 하다. 오랜만에 이곳에서 술을 마신 두 사람은 여기도 참 많이 변했구나 했지만.
지하철 2호선에 '대'로 끝나는 역 이름이 많은 데 낙성대는 물론 대학이 아니다. 강감찬 장군의 사당이 있는 곳이다. 고려 초에 거란이라는 나라가 우리나라를 3번 쳐들어 온다. 첫번째 침공때 서희가 가서 고려는 신라를 계승한 나라가 아니라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인 점을 내세워 강동 6주를 받아낸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외교가 승리할 때도 있구나 하는 사실을 알려준 사건이었다. 미국과 FTA가 한창인 요즘 서희같은 사람 어디있나 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더 예전엔 우리나라가 이라크에 파병한 부대의 이름에 서희의 이름을 따서 넣기도 하고 중국의 역사 외곡 프로젝트를 막아 보자는 그룹의 이름에도 그의 이름이 들어가는 걸 봐서는 제법 인기있는 위인이 된 것 같다. 두번째 침입은 양규라는 장군이 격퇴했는 데 서희와 강감찬 사이에서 이름이 많이 가려진 것 같다. 그래도 거란의 침공하면 떠올리게 되는 인물은 강감찬이고 그가 이끌어낸 귀주대첩일 것이다. 그 사람 태어날 때 별이 떨어졌고 그곳에 사당을 지었다고 하고 그게 낙성대란다. 강감찬 장군이 태어날 때 서울에 별이 떨어졌다니. 참 묘하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 강감찬 장군의 사당은 공원처럼 꾸며져서 관악구민의 휴식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꽃이 만연한 봄이라고 생각하고 봄에 사진을 담았다. 늘 학교를 오고 가며 지나치는 곳이지만 실제로 들어가 본 일은 매우 드문 것 같다. 규모는 작아서 좀 실망스럽지만 생각보다 깔끔한 느낌과 아름다운 조경에 애써 찾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