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잠실 롯데월드
실물로 보면 좀 실망스러운 데 다시 사진을 보니 꽤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으로 들어가는 곳에 있는 트레비 분수의 모형이다. 물론 원본은 로마에 있고 분수 디자인 응모를 했는 데 가장 좋은 디자인으로 당첨되어서 설치된 작품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면 디자인은 좋다는 데 동의하게 되고. 하긴 로마의 트레비를 보고도 좀 실망을 했으니 롯데월드의 트레비를 보고 감동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로마에서는 동전을 뒤로 던지는 데 이곳에선 뭘 해야할지? 뭐 뒤로 동전을 던져서 골인을 시키면 롯데월드에 다시 오게 되려나?
2006년 나이 서른이 넘어서 롯데월드를 처음 가봤다. 롯데가 80년대 당시 일본의 테마파크 기술을 총동원해서 만든 곳이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제법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추석 연휴라 사람들이 많아서 줄을 오래 서 있어서 그런지 오후 내내 있어도 별로 지겹지는 않았다.
신밧드의 모험: 두번 정도 경사가 있지만 놀이기구가 주는 스릴 보다는 내부의 미술이 좀더 눈길을 끌었다. 움직이는 모형들은 좀 부자연 스럽고 유치해 보이긴 했다.
정글탐험보트: 빙글빙글 돌면서 움직이는 고무보트인데 신밧드보다 놀이기구는 재밌고 물도 많이 튀지만 시각적 효과는 좀 떨어졌다. 회전형태의 승강장이 재밌다.
다이나믹씨어터: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서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건데 '스타게이트'를 봐서 그런지 그냥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CG로 만든 화면도 게임 같았고. 나쁘진 않았지만 짧아서 좀 허무했다.
자이로드롭: 화제가 되고 있어서 꼭 한번 타보고 싶었는 데 짜릿한 순간은 단 몇초.
와이키키웨이브: 보기보다 너무 느낌이 약했다.
회전목마: 천국의 계단에 나와서 유명해졌고 일본인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이 타는 것 같았다. 어린애가 된 기분도 들었지만 조명과 장식이 주는 호화로운 느낌이 괜찮았다.
파라오의 분노: 타는 곳까지 가는 길이 꼭 무슨 박물관 같이 만들어져 있는 데 그냥 가는 길일 뿐인 것 치고는 꽤 인테리어가 훌륭했다. 짚차 모양의 놀이기구인데 신밧드보다 흔들리는 맛이 있었고 중간에 진짜 불을 피워 놓은 곳도 있어서 테마파크 기술의 발달을 느끼게 했다. 중간에 얼굴에 뭔가 튀는 것도 꽤 스릴있게 한다.
이런 거 좋아하는 걸 보면 나도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보다.
'10월에는 노는 게 의무다'라는 카피와 함께 코가 빨개진 베토벤이 그려진 포스터가 지하철에 붙어 있었다. 롯데월드에서 하는 옥토버페스트의 광고였는 데 7000원에 머그컵만 사면 맥주를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 이런 저런 이벤트를 하는 데 사진은 맥주 빨리 먹기 대회를 찍었다. 맥주에 빨대를 꽂고 빨리 먹는 대회인데 별로 나가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다. 요즘 부페를 가면 부페에서 본전 뽑을 나이는 지났다는 느낌을 받는 데 머그컵 사서 맥주를 6잔쯤 리필해서 먹는 걸 보니 맥주는 본전을 뽑을 수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선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 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천국의 계단'이라는 드라마가 꽤 인기가 있었다. 토요일 오후에 했던 것 같은 데. 겨울연가로 스타덤에 오른 최지우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수입이 된 듯 하고 이 드라마를 통해 권상우씨는 일본에서도 스타가 되었고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서도 권상우씨가 이 드라마로 유명해 진 것 같기도 하다.- 김태희씨도 어느정도 알려진 인물이 되었다. 김태희씨야 소주광고 포스터로 일본의 한국 음식점에 자주 걸려있기도 했지만. 하여간 그 드라마에 바로 이 회전목마가 나와서 이곳도 일본인 관광객들에겐 명소가 된 것 같다. 그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 이름이 '경서'였던 것 같은 데 'ㅓ'모음은 일본어에 없는 발음이어서 '굥소'로 발음하는 권상우 더빙 성우의 깨는 목소리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건 그렇고 실제로 이 회전목마 타보니 황금빛 장식과 백열전구 덕분에 꽤 호화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동요와 롯데월드 마스코트 너구리 인형을 손에 끼고 돌아오는 사람들마다 터치를 해주는 아가씨가 환상을 좀 깨기는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