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압구정동 Part 1
지금은 I-Park나 타워팰리스같은 주상복합건물에 밀린 듯 하지만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집하면 압구정동의 아파트 들이 떠올랐다. 갤러리아 백화점의 명품관, 로데오 거리, 오렌지 족 같은 말들이 압구정동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었는 데 지금은 점점 잊혀져 가는 느낌이다. 갤러리아 명품관 옆 한양 아파트에 명품관의 신축공사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걸어둔 걸 보거나 여기저기 공사중인 압구정동의 거리를 걸어보면 아직도 이곳이 활발하게 변해가고 있다고 해도 할말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압구정동에 있는 재즈바인데 일본의 가이드북인 '지구를 걷는 법'에 NHK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 나온 곳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얼핏 나는 기억으로는 류시원씨가 나왔던 것 같은 데 이 정도의 기억으로는 이 장소에서 감동을 받기는 어렵다. 일본 가이드북에 나온 소개는 이렇다.
-재즈 밴드의 연주는 매일 19:00~ 요리는 단품 3만5천원, 코스요리 6만5천원 전후. 칵테일, 와인 종류가 100종류 이상으로 1만천원부터, 일본어 약간 통함, 영어 메뉴 있음
내가 한국 가이드북을 만든다면 압구정편에 이 가게를 소개할 지도 모르겠다. 별5개 만점이면 2개 반정도로. -가게 이름은 호화반점이지만 별로 호화로울 건 없다. 음식은 잡탕밥같은 덮밥류 추천.
주인이 우리 가문 사람인 듯한 압구정동의 술집. 일본 가이드북엔 '로바다야키'를 카타카나로 써 놓고 일본어의 爐端焼와는 다른 한국식 술집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garden이 영국에서 나온 큰 영어사전 맨 끝에 한국의 쇠고기 요리 식당이라고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데 일본에서 나온 자세한 일본어 사전 맨 끝에 로바다야키가 한국식 술집이라고 나올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는 유행이 지난, 일본에서는 나름 인기 있는 과일소주를 파는 곳이다. 여기 과일 소주는 가루가 아닌 생과일을 사용하고 과일을 파내고 그 안에 과일 소주를 담아 주어서 꽤 신기하고 맛있는 데 소주치고는 좀 비싸다. 연예인이 가끔 출몰한다고도 하는 데 내가 갔을 때는 불행히 못 봤다.
고급주택가와 예쁘게 꾸민 가게들이 많은 곳인데 동경의 다이칸야마도 마찬가지지만 부띠끄에 전시된 옷가지 하나에 감동을 받는 여자에게는 놓칠 수 없는 곳이겠지만 무시하고 지나치는 남자는 감동받기 어려운 곳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