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을, 경희궁
2023년 가을 경희궁을 다시 찾았다. 경희궁은 서울의 5대 고궁 중의 하나이지만 다른 고궁에 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광해군 때 임진왜란 때 불탄 경복궁을 대신하여 지었고 원래 이 자리에는 인조의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인조 반정이 생긴 것을 생각하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경희궁은 여러가지 이유로 복원이 잘 되지 않았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흥선대원군 때 경복궁의 재건 과정에서 경희궁의 전각 90%가 해체되어 사용되었기 때문일 것 같다. 궁궐의 정문에는 화가 가운데 들어가고 경희궁의 정문은 흥화문이다. 이 문은 일제시대 때 이토 히로부미 사당의 문으로 사용되다가 해방 이후 신라호텔 정문으로 사용되다 다시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경희궁의 복원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이곳에 서울고등학교가 자리잡았기 때문인 것 같다. 1980년대에 서울고등학교가 서초동으로 이전하면서 복원이 가능해졌고 그때만해도 고궁 복원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아 고등학교 부지를 받은 서울시는 교육청, 박물관 등을 세워 복원이 어렵게 만들었다고 한다. 경희궁의 주요 건물은 숭정전이고 숭정전으로 들어가는 문이 사진 속의 숭정문이다. 월대를 세워 건물의 권위를 확보한 것으로 보아 광해군은 이곳을 매우 진지하게 건축했던 것 같다.
경희궁의 정전은 숭정전이다. 5칸이고 1층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창덕궁에 비해 작은 규모로 지어진 것 같다. 1926년 일제시대 때 경희궁의 남아있는 전각 5개를 매각했고 숭정전은 조계사에 매각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동국대 정각원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고 지금 숭정전은 기단 위에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숭정전 안에는 당연히 용상과 일월오봉도가 있다. 부채와 양산은 좀 신기해 보였다.
경희궁의 편전은 자정전이다. 왕이 승하하면 왕릉이 조성될 때까지 편전이 시신을 안치하는 빈전으로 사용되는데 경희궁의 자정전은 숙종의 빈전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경희궁은 암석과 산이 미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건축이 되어 있다. 후원도 그러한 지형을 이용한 것 같았다. 경희궁의 암석은 서암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왕암이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왕의 기운이 서려있다고 해서 광해군은 이 자리에 경복궁을 대신할 경희궁을 건축했고 숙종은 상서로운 암석이라는 의미로 서암으로 불렀다고 한다. 다시 한번 인조 반정의 역사가 생각난다.
경희궁은 2023년 가을 이곳 저곳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남산타워와 함께 앞에 있는 건물들과 묘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데 물론 경희궁을 건축할 당시 광해군은 앞의 화면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