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 풍납토성
공주와 부여는 백제의 2번째, 3번째 수도이고 백제의 첫 번째 수도는 한강 유역의 위례성이다. 위례성에서 백제는 웅진과 사비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보냈고 전성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구려에게 함락당했고 이후에 백제는 멸망을 하였고 1500년의 시간이 흘러 원형이 보존되어 있을 리가 거의 없다. 역사적인 기록도 조금 애매해서 위례성의 위치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아 하남이나 천안이라는 설도 있다. 아직도 논란은 있는 것 같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풍납 토성이 대세로 굳어지는 듯 했다. 원래는 4 km정도의 규모라고 하나 지금은 반 조금 넘게 남아 있는데 항공 사진으로 보면 꽤 멋지다.
항공사진으로 멋지다고 한 건 실제로 보면 별로라는 의미도 조금은 포함하고 있다. 풍납토성은 풍납동에 있고 풍납동은 바람이 들어오는 곳이라는 뜻이란다. 지하철 천호역에서 나오면 풍납토성이 있는 공원이 나오고 바람이 들어오는 곳이라는 지명에서 착안하여 풍차와 바람개비 조형물로 장식을 해 놓았다. 아이디어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형물은 살짝 촌스러워 보였다.
공원을 지나면 풍납토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냥 언덕으로 보이고 본격적으로 발굴 및 보존이 되기 전에는 아이들이 겨울에 눈썰매 타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기는 경주의 대릉원도 마찬가지였으니... 예전에 만든 비석이 하나 있는데 이곳이 원래 경기도 광주시 소속이라 광주시 풍납토성이라고 되어 있다고 하는데 주변에 쓰레기가 많아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다. 이게 다 인가 하고 발걸음을 돌리려고 했는데 지하철 역에 있던 안내판에는 백제 우물터, 남성벽 전망대 같은 것들도 있었던 것 같아 구글맵을 켰다.
이곳이 단순한 언덕에서 유적으로 처음 알려지게 된 계기가 1925년 대홍수로 토성이 일부 유실되면서 유물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토성이 유실된 곳을 당연히 복원하지는 않았고 시장과 집들이 들어서 토성을 완전히 단절하고 있어서 이곳이 끝인가 싶었지만 시장과 주택가를 지나면 다시 성벽이 나온다.
홍수에 유실될만큼 한강에 붙어 있어 이곳이 백제의 왕성이 아니라는 학설이 나오게 되었다고 하는데 반대로 1925년 대홍수가 발생하기 전까지 1500년을 그래도 버텼다는 걸 감안하면 백제의 축성술이 훌륭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듯 했다. 돌로 만든 성벽이나 왕궁터가 없고 위에 풀이 자라 있으니 전문가가 아닌 사람 눈에는 그냥 언덕으로 보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대신 자연스러운 언덕은 아니고 담을 두르듯 긴 둑처럼 생긴 것 정도가 토성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정도.
백제 우물터가 있다고 하는데 복원이 되어있거나 하지는 않은 듯 했다. 구조물로 뭔가 있는 것은 남성벽의 전망대인데 8각형의 전망대에 나무로된 계단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얼핏 보면 네덜란드 라이덴의 성처럼 보인다. 완전한 평지인 라이덴은 성을 짓기 위해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바닥에 흙을 쌓아 지대를 높여 구릉을 만들었는데 이곳도 접근 방법은 비슷한 것 같다.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올라가서 항공사진에서 보는 것 같은 성벽의 모습을 조감할 수 있다고 상상하면 실망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정비와 복원을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금싸라기 서울 강남 땅 바로 옆에 있으니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서울에 조선 왕궁 말고 1500년전 왕성이 있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이곳을 한국의 폼페이라고 주장하시던데 글쎄... 건축에 주춧돌을 사용하기 전 시대라는 점이 조금 아쉬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