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본점이다. 지금은 공사중이라 표면에 노천카페 사진이 있는 가림판을 설치해 놓았다. 앵글을 잘 잡아서 사진을 잘 찍으면 꼭 유럽의 어디같이 보이는 것도 같았지만 불행히 나는 그런 재주가 없는 듯 하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은 석조의 좀 고풍스러운 건물이었는 데 일제시대에 미츠코시 백화점 서울지점이 신세계 백화점의 전신이었다고 한다. 미츠코시 백화점은 동경의 니혼바시에 있던 기모노 가게가 전신인데 일본 아줌마들의 말로는 긴자점보다 니혼바시 점이 더 구색이 고급스럽다고 한다. 긴자점은 좀 젊은 취향의 아이템이 많고 명품은 니혼바시점 쪽이라나? 신세계 백화점은 동경에 사는 일본 아주머니랑 이야기할 때 그래서 가끔 좋은 소재가 된다.
나: 저 한국 가보셨어요?
일본 아주머니: 네, 가봤어요.
나: 한국 어디 가보셨어요?
일본 아주머니: 서울이요.
나: 서울에서 어디에 가보셨어요?
일본 아주머니: 명동도 가고, 남대문도 가고 ...
나: 명동에 가셨으면 신세계 백화점 가 보셨나요?
일본 아주머니: 네, 그런 거 같아요.
나: 그게 옛날에는 미츠코시 서울지점이었어요. 니혼바시 점하고 건물이 좀 비슷하게 생긴 것 같지 않나요?
...
명동성당은 고딕양식의 건물로 국사교과서에도 등장한다. 르네상스 양식의 덕수궁 석조전과 고딕양식의 명동성당.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몇 안되는 건물로도 알려져 있고 크리스마스날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모습을 통해서 1년에 적어도 한번은 TV에 모습을 보이는 장소이다. 실제로는 각종 시위대가 이곳에서 시위를 하는 경우가 많아 1년에 한번 보다도 많이 TV에 나온다. 게다가 가끔은 드라마에도 나오는 모양이다. 나는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류시원이 주연한 '아름다운 날들'에 명동성당이 나오는 것 같고 그 드라마가 NHK로 방송을 타서 일본 아주머니들이 찾아오는 포스트 중 한 곳이 되기도 한 것 같다. 2006년 여름의 명동성당은 문화재청의 후원으로 보수공사를 하는 중이 었고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린 흰 예수상과 뒤로 보인 첨탑이 가려지지 않아서 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일본에 무인양품(無印良品)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유명하지 않은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서로 품질 관리를 해서 끼워주고 공동의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는 놈이었고 대기업 제품 못지 않은 품질로 승부하고 이것도 하나의 브랜드화 해서 대기업 제품 못지 않는 값을 받아보자는 의도였던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벤치마크가 되어 가죽 제품을 만들던 중소기업 '가파치'가 양말, 수건, 우산 등 각종 패션 소품회사를 품질 검사를 통해 끌어들여 브랜드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도 같다. 일본은 공산품은 그리 비싸지가 않은 나라이지만 일본으로 잘 수입되지 않는 아이템은 무지하게 비싸진다. 그중 하나가 가구인데 일본의 대표적 할인 매장인 다케야의 가구관에서 3만엔 이하의 침대를 발견할 수가 없어서 빠듯한 살림에 꽤 우울했었다. 커텐이나 이불 같은 것들도 왜 그렇게 비싼지. 그럴때 무인양품은 꽤 고마운 존재였다. 비교적 저렴하고 품질도 좋았으니. 지금은 후배에게 넘기고 왔지만 무인양품의 폴리머 침대는 스프링 침대보다 꽤 좋은 느낌을 주었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롯데에서 유니클로랑 무인양품을 유치해서 백화점에 코너를 마련해 놓았다. 패션업계의 맥도날드가 되겠다는 저가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한국에서도 가격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데 무인양품의 성공은 좀 의문시된다. 일본에서 무인양품이 경쟁력을 가졌던 -적어도 일본에 살았던 유학생이었던 나에겐- 가구, 침구, 수예품 류는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싸니까. 투박하지만 잘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 어필하면 모르겠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번화가는 동경의 긴자인 듯 했다. 그래서 다른 도시에도 번화가에는 진짜 이름일 수도 있고 혹은 별명일 수도 있는 데 긴자라는 이름이 붙는다. '어디어디의 긴자'라는 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그 역할을 명동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춘천에도 명동이 있고 천안에도 명동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평소에 명동을 별로 걸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명동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는 동경 신주쿠의 동쪽지역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곧 이곳은 서울의 명동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한국만의 활기가 느껴졌으니.
지금은 화폐금융박물관이 되어있는 걸로 보아 한국은행은 어딘가로 이사간 듯 하다. 우리나라의 돈을 찍어내는 곳은 조폐공사이겠고 그 돈을 발행하는 곳은 한국은행인 듯 하다. 일반적인 은행업무는 하고있지 않은 것 같고 우리가 쓰는 돈에 한국은행권이라는 말에서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곳. 나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근대식 서양건물이 서울 한복판에 하나 자리잡고 있는 게 눈을 즐겁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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