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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추억

2006, 관덕정, 제주목관아지, 제주향교

제주도에서 가장 멋진 건물이고 보물 322호로 지정된 건물이라고 가이드북이 주장하는 관덕정이라는 건물이 제주시에 있었다. 이런 건물이 있다는 사실을 2001년에는 몰라서 무시했고 2003년엔 알면서도 무시했다. 2006년엔 가 보았는 데 불행히 수리중이었다. 그런데 Lonely planet에는 이곳이 신혼여행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라고 하는 데 용두암은 이해가 되어도 여기는 좀 이해가 안 되긴 했다. 수리를 말끔하게 마쳐도 큰 길가에 있는 건물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으려나?  

 

관덕정이 수리중이고 그 옆에 붙어 있는 제주목의 관아터도 세트로 수리중이었다. 입장료가 없는 건 좋은 데 그래도 기왕에 찾았으니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었는 데 안타까웠다. 제주목 관아지의 외대문은 2층의 3칸 건물이고 북이 있는 2층에 올라가 보고 싶었으나 불행히 2층을 개방하지는 않고 있었다. 수리 중인 건물에 너무 많은 걸 바랄 순 없겠지.

 

사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귤림당이다. 귤은 우리가 아는 과일 귤인데 한자로 橘이라고 쓴다. 귤이 한자로 쓴 다는 사실 처음 알았다. 귤나무가 숲을 이룬 건물이라는 뜻인 데 용도는 제주 목사가 바둑을 두거나 거문고를 타는 곳이었다고 한다. 귤이 한자라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귤나무를 정원수로 심어놓은 것도 처음 본 것 같다. 건물이 공사중이라 창문이 비닐로 덮여있는 게 좀 안타깝긴 했지만.

 

절제사가 집무하는 건물인 홍화각이었다. 절제사는 군사직이지만 제주도의 경우 목사가 겸직을 했다고 한다. 결국 이곳도 제주 목사의 공간이 된다. 홍화각이라는 현판은 이곳에 붙어 있는 것은 모조품이고 진품은 삼성혈 전시실에서 본 것 같다. 검은 빛이 나는 돌로 쌓아올린 돌담과 건물의 벽에도 그 돌이 들어가 있는 것이 서울의 건축물과는 꽤 다르게 느껴진다.

 

제주목 관아지에서 서문시장을 지나면 제주향교가 나온다. 인천향교나 강화향교처럼 제주향교도 태극문양의 문을 만날 수 있다. 문의 이름은 대성문. 제주도 건물의 특징인 양쪽에 검은색 네모 반듯한 현무암의 돌담이 조금 특이하게 느껴진다. 많이 특이한 부분은 이 안에 이발소가 있다는 것이고.

 

제주향교의 메인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명륜당의 모습이다. 길게 늘어선 건물 앞에 제주도 깃발과 태극기가 휘날리는 국기게양대가 있다. 건물 하나하나의 모습보다는 어쩌면 녹색의 잔디밭과 어우러진 건물들의 조화, 그보다는 오히려 인적이 없는 한적함이 이곳의 매력일 지 모르겠다. 공짜인 입장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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