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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야기

2006, 대학로 Part 2

고3때 영어 선생님께서 공부하다가 뭔가 목표가 잘 잡히지 않을 때는 자기가 가고 싶어하는 대학에 한번 가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대학을 보고 나면 뭔가 공부할 힘을 얻을거라고.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던 날 친구들이랑 서울대로 향했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은 예비지원으로 의대를 지원하고 있었지만 용감하게도 서울대 입구 전철역으로 가서 관악 캠퍼스로 갔다. 뭐 그다지 공부하고 싶은 느낌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고등학교보다 일찍 방학을 한 적막한 캠퍼스에 반공교육을 잘 받은 모범생 고등학생이 보기엔 꽤 충격적인 플래카드도 걸려 있고. 건물은 왜 그리 우중충하게 생겼으며 몇몇 보이던 우유팩을 차던 형들은 약간 한심해 보이기도 했으니. 결과적으로 그때의 두 친구는 고려대학을 갔고 나는 관악으로 갔는 데 그때 우리 셋이 모두 여기에 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봤다. 지금의 느낌은 얼마전까지 지내던 동경대학이랑 건물이 너무 닮아서 누군가 사진을 들이대며 동경대학 건물이라고 우겨도 믿을 것 같은 것이고.  

 

이 사진은 대학로 옆에 있는 명륜동의 어느 뒷골목을 찍은 것이었다. 누군가가 강남하고 강북하고 어느 쪽이 길을 잘못 들어설 가능성이 클까?하고 물어 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야기 하는 정답은 강남이었다. 강북은 길이 복잡하긴 하지만 골목 골목이 개성이 있어서 잘못 들어서도 금방 알아보지만 강남은 반듯반듯은 하지만 골목끼리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더 헛갈린다나. 헤매는 입장에서 강북의 길은 꽤 괴롭다. 들어가다 보면 막다른 골목도 잘 나오고. 저쪽으로 가야지 하고 갔을 때 앞을 가로막는 벽이 꽤 당황스러운 적이 있는. 그래도 인정한다. 그래. 강북의 골목이 더 개성있다. 정감도 있고.

 

방송통신대의 본부는 이렇게 생겼다. 장군의 아들 같은 영화에 세트로 쓰일 법한 근대식 건물이고 실제 장군의 아들보다도 조금 앞선 시대에 만들어졌다. 이 동네에 근대식 화폐를 찍어내던 전환국이 있었고 인쇄기를 개발하고 쓰는 법을 가르치던 건물이 아직 남아 현재 방통대의 본부가 되었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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