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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다시보기

2006, 버스터미널, 한진장 여관

1998년에 경주에 고속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세계적인 관광지라고 주장하는 경주의 고속버스 터미널이 의외로 열악해서 놀랐는 데 그런 모습은 2006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좀 해 주지...

 

한국을 소개하는 각종 외국의 가이드북에 많이 추천되어 있고 Lonely planet에도 가장 먼저 나와있는 곳 이어서 한번 묵어 보았다. 방은 '허름(humble)'하지만 주인인 권영정 아저씨는 경주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친절하게 가이드해 주어서 방의 허름함을 보상해 준다고 하고 있었다. 실제로 연세가 80이 되신 주인 할아버지는 영어와 일어가 능숙하신 듯 했고 외국인에게는 친절한 분, 나같은 한국인에겐 재밌는 분이셨다. 저녁에는 여행객을 당신이 계신 방으로 불러 주셨고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셨다. 직접 만드신 매실주와 함께. 할아버지의 형님은 일제시대에 의용군으로 지원해서 가미가제 특공대가 되었고 미국 군함에 몸을 날려 돌아가셨는 데 다른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신위가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신위라고 해야 그냥 특공대의 명부이지만.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진 형님께 제사를 올리는 건 아무래도 정서상 맞지 않아 그동안 일본에 자주 가면서도 동경에는 가지 않으셨다고 하는 데 연세가 많아 지셔서 더이상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외무부에 문의 메일을 보내 '개인적인 제사라면 개인이 알아서 하면 된다.'는 답을 듣고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제사 도구를 들고 가서 그곳에 계신 분께 양해를 구해 한국식으로 제사를 올리고 오셨다고 하는 데.

 

드디어 그 문제의 객실에 들어 왔다. 일단 냄새가 별로 좋지는 않았고 여기저기 기워놓은 듯한 벽지가 좀 없어 보였다. 목각의 함은 꽤 정감있어보였고 그 위에 놓인 흑백 대우 TV도 재밌었다. 오랜만에 보는 스위치도 꼭 시간을 80년대 초나 70년대로 돌려 놓은 듯 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옛날 모습의 우리나라의 모습. 화장실의 선반은 새로 고쳤고 그 안에 이곳과 어울리지 않게? 도브 바디클렌저가 있었다. 세탁한 지 꽤 오래 되어 보이는 듯한 수건이 넉장 있었고. 변기 커버에 둘리와 희동이도 귀여웠다. 샤워기를 트는 순간 물줄기는 약하지만 여기 저기서 세어나오는 물. 이곳을 이용한 여자 여행객이 여자가 이용할 곳은 아닌 것 같다고 평한 것이 아주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2만원에 화장실이 달린 방이고 발뻗고 잘 잔데다 할아버지와 아저씨의 재밌는 이야기가 더해졌으니 좋은 경험이었다고는 할 수 있다. '다음에 이곳에서 또 묵을거냐?'라고 묻는 다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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