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은 존재는 알고 있으나 막상 방문을 한 기억은 별로 없는 고궁이 되어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의 고궁 중 유일하게 흔적도 없이 완전히 사라진 역사를 갖고 있어서일 것 같다. 경희궁은 광해군이 만들었고 당시 파괴된 경복궁을 대신하여 창덕궁이 정궁의 기능을 하였고 제 2 궁궐의 기능을 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창경궁이나 덕수궁보다 중요한 궁궐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경희궁의 정문은 흥화문으로 가운데 화가 들어간다. 3칸짜리 문만 덩그러니 있고 양쪽에 담벽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 세종대학이나 신라호텔 정문같은 느낌이 든다.
경희궁은 언덕을 끼고 있고 남아 있는 건물도 몇 개 되지 않는다. 고종 때 경복궁을 재견하면서 경희궁의 많은 전각을 해체하여 이용하였고 마지막 남은 5개의 건물은 일제에 의해 도로의 흐름을 막는다는 등의 이유로 매각되었다고 한다. 숭정전은 동국대학교의 법당으로 사용되었고 홍화문은 신라호텔의 정문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내가 홍화문을 보았을 때 신라호텔 정문 같다는 느낌이 역사적으로도 맞는 듯 했다. 어쨌든 숭정전과 홍화문은 제자리를 찾았으나 남쪽문이었던 개양문은 한 때 성균관대 정문으로 사용되다 현재는 행방불명이라고 한다. 숭정전은 동국대학교에서 경희궁으로 돌아왔으나 박석은 구하지 못했는데 화강암을 네모반듯하게 절단한 놈으로 되어 있다.
경희궁 숭정전의 천정에는 2마리의 용이 장식되어 있다. 7개의 발톱을 가진 2마리의 용을 넣은 것은 대한제국 때의 일인 것 같다. 동국대에서 천정은 옮겨 오지 못하고 복원을 한 것 같은데 동국대에 있던 원본에 비해 아이들 장난감 같이 너무 조잡하게 생겼다고 욕을 먹고 있는 것 같다. 경희궁이 사라진 자리는 서울고등학교로 활용이 되다가 서울고등학교가 서초구로 이사가고 나서 지금처럼 일부라도 복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경희궁 터에 서울역사 박물관이 들어서 완전한 복원은 어려울 것 같다.
경희궁의 숭정전 이외의 몇 안되는 건물인 자정전의 모습이다. 운현궁도 지구를 걷는 법이나 lonely planet에 소개되어 있으나 경희궁은 소개되어 있지 않다. 아무래도 나머지 고궁들의 하위 호완같은 느낌이 되어버려서 굳이 소개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경복궁의 건청궁이 복원되고 창덕궁의 낙선재가 상시 공개된 이 시점에 운현궁도 그들의 하위 호완같아 보일 수 있는데... 경희궁의 가장 강력한 점은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고 경희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 역사 박물관도 꽤 볼만하다는 것도 있다. 이 정도로는 해외 가이드북에 실리기는 어려울까?
'서울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가을, 흥인지문 성곽공원 (0) | 2023.07.06 |
---|---|
2022 가을, 동대문 (0) | 2023.07.06 |
2022 가을, 창경궁 3 (0) | 2023.07.04 |
2022 가을, 창경궁 2 (0) | 2023.07.04 |
2022 가을, 창경궁 1 (0) | 2023.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