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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추억

2004, 한림공원

야자수를 일반적으로는 볼 수 없는 서울 사람에게는 야자수 가로수 길도 신기해 보일 지 모르겠다. 한림공원은 원래 허허 벌판에 동굴하나 있는 곳이었지만 멋진 공원으로 만들었다고 자랑을 하고 있다. 중국의 장쩌민 주석이 온 적도 있다나? 뭐 그런걸 떠나 관광자원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싱가폴같은 사고방식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을 전날 여행하고 소개해준 친구말로는 민속촌, 동굴, 식물원, 동물원 등등이 골고루 있어서 여러군데 돌아다니지 않고 딱 한군데 보고 말 것이라면 좋다고 했는 데 오히려 여러군데를 경험한 내 시각으로는 어느것 하나 빼어나다 할만한 것이 없는 어색한 느낌을 좀 받았다.

 

한림공원에서 오히려 제법 눈길을 끌었던 건 분재였다. 분재만 모아 놓은 공원을 그리 흔하게 보아 왔던 게 아니어서 그런지. 자연을 축소해서 갖고 싶어하는 일본인의 정서가 잘 반영된 것이 분재인 듯 한 데 나무가 못 자라도록 철사로 묶어 놓은 걸 보면 너무 잔인한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2004년 8월 말 일본에 가기 며칠 전에 이곳을 찾았는 데 분제가 일본말로 '본사이'라는 걸 다른 일본어 보다도 먼저 배우게 되었다.

 

분재와 함께 일본스러운 아저씨 취미인 수석이 공원의 다른 한쪽을 장식하고 있다. 무식하게 말한다면 지나가다 예쁘게 생긴 돌맹이를 가져다가 흙털고 세워놓을 수 있게 만들어 세워 놓은 것이겠지만 심취한 사람은 그 안에 지구가 있고 우주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왠지 이곳에 부지를 사서 공원을 꾸민 아저씨의 취향이 느껴지는 듯한 콜렉션이었다.

 

한림공원이 자랑하는 동굴의 모습이다. 만장굴은 용암굴이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한림공원의 동굴은 석회동굴이라고 들은 것 같다. 두 동굴이 이어져 있는 형태이고 그 안에 어머니가 아이를 업은 모양 등 설명을 붙여 놓았던 것 같다. 물론 나쁘지는 않았고 입장권 하나 끊어서 여러가지를 볼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이것 하나를 떼어 놓고 본다면 만장굴이 낫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만장굴은 여름에 들어가도 시원해서 인상이 좋게 남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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