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산리 고분군에서 가장 높은 곳에 1, 2, 3, 4호분 고분이 있다. 고분들이 몰려서 붙어 있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백제 왕들은 죽어서도 조상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모두 문은 닫혀있다. 모형관에는 홀로그램으로 만든 모형 영상물이 있어서 백제의 할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구경온 아이들에게 송산리 고분군을 설명하게 되어 있고 이 곳에서 시작을 한다. 언어가 한국어랑 영어는 없이 일본어로만 되어 있는 것이 신기했다. 하긴 한국 백제 옷을 입은 할아버지랑 한국 아이들이 영어로 이야기하면 이상할 것 같기는 하다.
송산리고분 5, 6, 7호분은 모두 굴식 돌방무덤이고 독특한 내부로 유명하다. 불행히 내부는 볼 수 없고 모형관에 있는 모형을 봐야만 한다. 무령왕릉 고분 앞에서 다시 나에게 잘 걸리지 않는 최면을 걸 수 밖에 없었다. '공주는 마음으로 느끼는 곳이라지? 아마!?'
모형관에는 송산리 고분들의 내부를 실물크기의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5호분은 투박한 듯 쌓아올린 돔형의 구조가 꽤 특이하다. 실물형태로 만들다 보니 기어들어가야 하는 아픔이 있고 만지는 순간 재질이 플라스틱이라는 것이 느껴져 내가 이 모형을 보기 위해 이곳까지 왔나하는 생각이 좀 들기는 한다.
벽화가 인상적인 송산리고분 6호분은 뚜껑이 있는 모형과 단면 모형을 모두 만들어 놓았다. 무령왕릉처럼 중국 양나라의 영향을 받은 벽돌무덤이고 중간에 나 있는 구멍에는 등불을 두었다고 한다. 왕과 왕비가 동시에 돌아가실 수는 없으니 어느 한쪽이 돌아가시면 그 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다가 다른 한 분도 돌아가시면 함께 모시고 문을 폐쇄한다고 한다. 그때 등불을 모두 켜 두는 데 내부의 산소를 모두 태워버리게 되어 부장품이 덜 산화되게 해 준다고 한다. 이곳은 벽돌무덤이지만 고구려의 고분처럼 벽화도 그렸고 지금은 사진처럼 희미해 졌지만 사신도가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일본말 안내 프로그램을 봤을 때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일본어로 처음 듣고 (사실 청룡은 일본 스모 선수 중에 그 이름을 쓰는 사람이 있으니 처음 들은 건 아니다.) 무슨 말인지 몰랐었던 기억이 잠시 스쳤다.
무령왕릉의 발굴은 한국 고고학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한다.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 사진에는 잘렸지만 무덤 앞을 지키고 있던 짐승모양의 돌조각이 너무 생생해서 고고학자들이 놀랐다고 한다. 내부는 사진처럼 널부러져 있었는 데 무령왕릉이 만들어 진 이후 우리나라에 몇번의 지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왕릉 중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이 정확하게 지석에 기록이 되어 있는 릉이어서 가치가 높다고 한다. 그리고 무령왕을 사마왕이라고 기록한 삼국사기의 기록이 근거가 있는 것이 밝혀져 삼국사기의 왜곡설을 무마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 삼국사기는 김부식이 신라지역인 경상도 출신의 인물이며 사대주의에 빠져 있어서 기록이 왜곡되어 있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되었다고 한다.- 왼쪽에 보이는 신발은 매우 크고 바닥이 스파이크처럼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라는 데 실제 무령왕은 기록상으로는 8척의 신장 (2m40)의 장신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컸을 지는 모르겠지만 관의 크기가 그 정도인 것으로 보아 매우 장신이었다는 건 사실인 듯 했다.
뒤의 벽돌무덤은 4줄을 가로로 한줄을 세로로 쌓아 8번을 반복한 후 아치형의 천정을 덮은 구조로 되어 있다. 중간에 세로로 긴 벽돌로 된 부분이 있는 데 仲方이라고 씌어 있고 이 표현이 당시에 창문을 의미했다고 한다. 왕릉은 왕이 사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여 가상의 창문을 만든 것이라고 하고. 벽돌에는 연꽃 문양을 새겨 불교 국가 답게 극락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출토된 유물 중에는 엽전도 있는 데 이곳을 영원히 임대해서 쓰겠다는 임대료로 낸다는 글귀가 돌에 새겨져 함께 남아 있다. 가이드 할아버지 말처럼 고대인이 요즘 사람들보다 양심적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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