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을, 창덕궁 Part 1

2023년 가을, 1년여 만에 창덕궁을 다시 찾았다. 작년보다 훨씬 붐비는 모습이었다. 입장권을 끊는 것 부터 제법 힘이 들었다. 경복궁이 아닌 이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원형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것과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이 중요했다는 것 같다. 태종 때 왕자의 난이 있었던 경복궁보다 이곳이 자주 이용된 이후 이궁으로 지어진 창덕궁이 사실상 법궁으로 지어진 경복궁보다 더 많이 이용이 되 왔다고 한다. 인정전은 경복궁의 근정전과는 닮은 듯 다른 모습인데 대한제국의 황제국을 상징하는 노란색 창살이 일단 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 같다. 

 

왕의 시선으로 인정전에서 인정문을 바라보면 이런 화면이 나온다. 경복궁의 근정전에서 내려다보면 지금의 세종로인 6조거리가 펼쳐지는데 인정문 바깥의 세상은 다시 90도 꺾여 진선문을 지나 금천교가 있고 정문이 있으니 매우 다른 이미지인 것 같다. 지금은 남산타워가 보이고 이곳이 조금더 아늑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인정전은 정전으로 주로 공식행사를 치르고 주요 정치업무는 편전인 선정전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가장 큰 공식행사였을 국왕의 즉위식은 오히려 인정문 밖에서 진행했다고 하는데 보통 선왕의 상중에 진행하는 것이라 문 밖에서 조촐하게 하는 것이 선왕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광해군은 궁궐에 집착해서 집권하는 동안 경희궁과 인경궁을 지었는데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인조반정으로 물러나게 되었고 인조는 화재가 난 창덕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광해군이 짓던 인경궁을 헐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사진 속 청기와 건물이 창덕궁의 편전인 선정전인데 인경궁의 자재를 활용했다고 한다. 선정전의 푸른 기와는 한장 한장 도자기 굽듯 구어야 하고 아라비아에서 수입한 염료가 사용되어 비싸고 화약의 원료인 염초가 사용되어 국가안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한다. 입구로 이어진 복도가 특이해 보이는데 편전은 왕이 승하할 경우 시신을 안치하는 빈전으로 사용되는데 그때 편의를 위해 건축이 되었다고 한다.

 

선정전이 빈전으로 사용되면 (선정전의 선정은 좋은 정치라는 善政이 아닌 宣政이라고 한다.) 왕의 생활공간인 희정당이 편전 역할을 했다고 한다. 희정당은 일제시대 때 대조전 화재 때 함께 재건이 되었는데 일제가 경복궁의 강녕전 건물을 헐어 사용하여 합각에 '강'과 '녕'이 남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