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을 종묘를 찾았다. 사진에는 담지 않았지만 종묘의 정문은 倉葉門이라고 한다. 나뭇잎처럼 번창하라는 의미로 정도전이 지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문 앞의 두 글자의 획의 합이 27이고 조선 왕조가 27대까지 이어져서 정도전이 이를 예언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그럴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정문을 지나면 네모난 연못에 둥근 섬이 있는 연못 들이 나오고 특이하게도 공민왕의 신당이 나온다.
이성계는 새로운 왕조를 열었고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이 아닌 정통성이 있는 왕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때 고려와의 인연을 표시하는 의미로 공민왕의 신당을 종묘 안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초상화가 걸려 있으나 제사를 지내는 대상이 아니라 제사 관련된 물품은 없다고 한다. 공민왕이 고려의 마지막 왕은 아닌데 왜 하필 공민왕이었을까?
종묘는 제사를 올리는 공간이라 제사를 위한 도구 들이 전시되어 있다. 민간의 제사와는 상에 올리는 것들이 달라 신기하게 느껴지는데 3종류의 생고기와 3종류의 익힌 고기를 올렸다고 한다. 생고기를 올리는 것이 다소 특이한데 조상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의미가 들어있었던 것 같다. 제사에 올리는 동물들은 건강하고 몸에 상처도 없어야 했다고 하는데...
제사가 하나의 종교의식이 되어서 준비를 해야 할 것이 많고 그래서 부속 건물들이 갖춰져 있다. 제사를 준비하면서 왕과 세자가 머무르는 공간도 있다. 세자가 머무르는 공간이 있는 것이 특이한데 그만큼 대를 잇는 것의 가치를 높게 둔 것 같다. 한쪽에는 제사에 올릴 동물들이 상태가 좋은 지를 검사하는 단도 있는데...
종묘의 주요 건물은 정전이다. 프랑크 게리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이곳에 2012년 가족 여행을 왔고 건물로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기적적인 공간이라 극찬했다고 하는데 2023년 가을에는 수리 중이었다. 반복과 대칭, 혼이 드나들 수 있게 문을 살짝 비틀어 놓았는데 그 각도 마저도 반복이 되게 해 놓았다고 했다는데... 정전의 맞은 편에는 공신당이 있다.
정전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곳이 영녕전이다. 영녕전은 가운데 4칸에 용비어천가의 등장인물, 이성계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 고조 할아버지인 도조, 익조, 목조, 환조의 공간이 마련되고 양 옆으로 건물을 붙여서 만들었다고 한다. 완벽한 대칭을 추구한 영녕전과 정전도 양쪽의 ㄷ자를 이루는 부분은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데 물건을 보관하는 공간은 벽을 만들고 사람들이 서서 대기하는 공간은 벽이 없게 만들어 실용성을 갖추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재위 기간이 짧거나 추존이 된 분들이 배치되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아들이 왕이 되지 않은 분들이 이 자리에 계시거나 반대로 아버지가 왕이 아닌 왕의 아버지가 추존되어 이 자리에 있다고 한다. 왕릉도 화려하려면 본인의 업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들에게 왕을 물려주고 아들 때 나라 살림이 좋았어야 한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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