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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야기

2023 가을, 창덕궁 Part 2

창덕궁 희정당의 모습이다. 왕의 생활공간인 희정당의 정면은 돌출된 현관이 있고 아치형의 석조 바닥이 있어 호텔의 로비를 연상시킨다. 고급차를 타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고급차의 진정한 가치는 하차감에 있다는 이야기 내지는 서울 부촌의 번호판이 주는 특권은 호텔 도어맨의 반응이라고 하는데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공간일 것이다.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은 선정전이 빈전으로 사용되지 않을 때도 희정당을 주요 업무 공간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전용 캐딜락 리무진을 갖고 있었고 운전은 내관이 했다고 한다. 내관은 정말 조선의 극한 직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희정당의 내부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고 서양식 응접실처럼 꾸며져 있다. 대조전 화재 이후 재건될 떄 서양식 시설을 갖추었다고 한다. 희정당의 주인공은 순정효황후일지 모르겠다. 이곳에서 한일합방조약이 체결되었고 안 좋은 분위기를 느낀 순정효황후는 본인의 치마 속에 국새를 숨겨 조약 체결을 막고자 했다고 한다. 이완용도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이완용도 혀를 내두르는 친일파이자 순정효황후의 삼촌이었던 윤덕영이 황후의 치마 속에서 국새를 꺼내 조약에 도장을 찍었다고 하는데... 이후 순정효황후는 순종이 승하한 이후 남편도 나라도 없어진 상황에서 단청있는 건물에서 지낼 수 없다며 이곳을 나와 낙선재로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희정당은 벽면에 비단에 그린 그림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건물 밖에서 자세히 보기는 힘들었다. 일제는 일본 화가의 작품을 걸라고 추천했으나 순종황제가 조선 화가의 그림을 고집하였고 당시 그림 화풍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희정당 뒤에는 대조전이 있다.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왕비와 왕의 침실이 있는데 왕의 침실에는 가구가 없고 왕비의 침실에는 서양식 침대가 있다고 한다. 현재 에이스 침대에서 후원을 하여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였다고 하는데 역시 건물 밖에서는 자세히 볼 수 없고 정면에 위치한 자개 소파만 잘 볼 수 있다. 이날 문화해설사 분이 너무 입담이 좋으셔서 많은 분들을 몰고 다니셨는데 대조전 같은 침전에 용마루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고 왕 위에 용이 있으면 안된다는 설과 야간 경호를 위해 건물을 구분하기 위했다는 설 중에 어느 쪽이 맞다고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고 하신다.

 

대조전 내에 있는 자개로 된 응접실 가구는 이런 분위기인데 대조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유홍준 교수님도 이야기했듯이 매우 신기하게 고궁 건물과 유럽풍의 고가구가 미묘하게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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