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에 내리면 돌담이 있는 섬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도와도 조금은 다른 느낌. 물론 제주도도 구석진 곳으로 가면 이런 분위기이겠지만. 2001년 우도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가이드 아주머니는 우도를 돌아보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보기. 2시간쯤 걸린단다. 또 하나는 조그마한 봉고차를 타고 돌아보기. 요금이 3천원이었나? 하여간 우리는 봉고차 투어를 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국어 선생님을 하던 어느 시인이 우도 8경을 골랐다는 데 그 중에서 가장 볼만한 3경을 보여주겠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검정색 자갈과 모래가 인상적인 우도의 검멀래 해안이다. 정방폭포 주변의 바닷가도 대충은 이런 분위기어서 정방폭포를 보고 봤다면 큰 감동을 못 받았을 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그 전에 봐서 꽤 괜찮았다. 벌써 5년이 되어 버렸지만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동굴 같은 곳도 있었던 것 같은 데.
2001년 제주도 여행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우도의 산호사 해수욕장에 왔을 때였다. 내리쬐는 태양과 엠티를 나온 학생들이 바다에서 수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우리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웠다. 산호사 해수욕장에서 주어진 시간은 달랑 30분에 산호사 해수욕장의 모래 마저도 보호 대상이라 발바닥에 묻혀가면 안되고 다 털어내고 가야만 한다나. 산호사 해수욕장의 모래는 산호가 깨져서 만들어 졌고 그래서 예쁜 하얀색을 띈다고 한다. 2004년에는 2001년의 한이 폭발하여 수영복까지 챙겨서 이곳에 갔다. 날은 우중충. 8월 말이라 물에 들어가기 어딘지 춥게 느껴지는 순간. 게다가 바닥에 널린 미역이 몸에 감길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 여긴 산호사 해수욕장이 아니라 미역사 해수욕장이야! 글쎄. 이 사진을 보니 미역사 해수욕장이라도 날만 맑으면 봐줄만 한 것 같다.
우도를 다시 찾은 2004년 알고 말았다. 포카리 스웨트 광고 같은 산호사 해수욕장은 1년 중 아주 제한적인 기간 안에만 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또 알았다 우도의 특산품이 미역이라는 걸. 물론 미역뿐 아니라 우뭇가사리인지 풀가사리인지 모를 이상한 조류들도 있었다. 그때는 미역이 그렇게 보기싫더니 이 사진을 다시보니 미역도 꽤 괜찮게 보인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기만 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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