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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야기

2006, 봉은사 Part 2

봉은사의 미륵대불은 국내 최대의 불상이라고 하는 데 1996년에 완성된 꽤 싱싱한 조각이다. 1986년 봉은사의 영암이라는 승려가 만들자고 하여 기금을 모았고 1만명이 모금하여 이 불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미륵불은 중생을 구원하러 오는 미래의 부처님이고 이러한 신앙은 백제에서 발달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익산에 미륵사라는 절이 있고 우리에겐 국사시간에 배운 목탑양식의 미륵사지 석탑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불상을 만든 화강암도 그 뜻을 이어받아 익산에서 공수해 왔다고 한다.

봉은사는 강남의 번화가 속에 파묻혀 있어서 이곳에 들어오는 것 만으로 시공이 확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과 함께 언덕에 오르면 다시 바깥에 있는 테헤란 밸리의 건물군이 다시 보이는 게 매력일 지 모르겠다. 홍콩의 윙타이신 사원처럼. 언덕에 올라 앞에 빌딩이 보이는 건 괜찮아도 입구에서 절 옆으로 고층 아파트가 서 있는 건 심히 거슬렸는 지 현대 I-Park 가 들어설 때 이 절에는 그 공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봉은사 옆에는 경기고등학교가 있다. 예전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입시가 있었다. 이제는 중학교는 의무교육이 되어 입시 없이 들어가고 고등학교는 연합고사마저 폐지되어 내신으로 들어간다. 그 전에는 학교별로 학생을 선발했고 경기고등학교는 전국의 수재가 몰리는 곳이었다. 여름교복 상의가 대체로 흰색이었는 데 경기고등학교만 유독 하늘색 상의를 입었고 다이아몬드 모양의 교표가 있어 하늘색 교복 상의와 교표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시대가 있었던 것 같다. 평준화가 된지 이미 수십년이 지난 지금 경기고등학교는 이전의 명성에 비해서는 퇴색했겠지만 그래도 강남에 넓은 부지를 갖고 자리잡은 학교 정도의 위치는 갖고 있다. 여전히 여름 교복의 상의는 하늘색인데 요즘 세대는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도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기에 이곳을 다니던 친구들은 아파트 수위아저씨의 유니폼을 연상시킨다고 하며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봉은사 뒤로는 청담동이 있고 한강으로 이어진다. 청담동에서 강북으로 넘어가는 청담대교가 있다. 한강 조망권은 아파트 값을 올리는 아주 중요한 조건이어서 불행히도 한강을 유람선을 타고 가도 보이는 건 거의 아파트 뿐이다. 그 썰렁함을 달래주는 건 - 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 특색있게 조명을 해 놓은 다리들일 것 같다. 청담대교는 녹색의 프레임에 조명을 비춘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여름밤 인라인을 타고 한강변을 달릴 때 가끔 내 눈을 잡아 끌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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