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행궁은 20곳이 있었다고 하지만 남한산성 행궁이 그 중에서도 특별한 이유는 종묘와 사직을 갖추고 있어서라고 한다.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고 병자호란을 겪은 이후 숙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이곳에 종묘와 사직을 설치하고 유사시에 한양의 위패를 모셔오고 이곳에서 제사를 올릴 수 있도록 해 놓은 것 같다. 일본의 왕가는 유사시에 거울, 칼 같은 3종 신기를 들고 피난가는데 역대 왕의 위패를 챙겨야 하는 조선의 국왕은 좀더 챙길 것이 많아 보인다.
남한산성 행궁에 있는 좌승당의 모습이다. 숙종은 종묘와 사직을 세웠고 정조는 한남루를 만들었고 정조의 아들 순조는 좌승당과 일장각을 지었다고 한다. 좌승당은 왕을 위한 곳이 아니고 광주부사가 집무를 모는 공간이라고 한다. 건물의 이름은 앉아서 이기고 싶어서 붙인 것 같으나 실제로는 지도자가 앉아만 있으면 전쟁은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
순조 때 일장각이라는 건물도 세워졌는데 문서를 보관하던 곳이라고 한다. 피난갈 때 위패도 모자라 주요 문서까지도 챙겨서 가는 것 같은데 요즘같이 스피드가 생명인 디지털 시대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조선시대에는 행궁에도 후원을 갖추어 놓았다. 휴식은 전쟁이 나도 필요한 모양이다. 남한산성 만으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장하지 못했는데 행궁을 건립하고 나서 등재된 것을 보면 복원된 유산에 인색한 유네스코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이곳에는 있었던 것 같다. 전쟁이 났을 때 임시 수도의 기능을 하는 산성의 이야기.
남한산성은 행궁이 복원되기 이전부터 등산의 명소여서 행락객을 위한 식당이 많이 있다. 백숙집도 많은데 2022년 가을에는 파전을 선택했다.
'서울근교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여름, 수원 화성행궁 무술공연 (0) | 2023.07.13 |
---|---|
2023 여름, 수원 대승원 (0) | 2023.07.13 |
2022 가을, 남한산성 행궁 1 (0) | 2023.07.06 |
2022 가을, 남한산성 약사사 여기저기 (0) | 2023.07.06 |
2022 가을, 남한산성 약사사 대웅보전 (0) | 2023.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