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여행하면 성, 궁전 그리고 교회를 많이 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산성, 고궁 그리고 절이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고궁은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되어 있는데 서울의 대표적인 절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조계사라고 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외국의 가이드북에도 많이 소개되어 있는데, 실제로 조계사를 찾았을 때의 느낌은 좀 실망스러웠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어서 관광명소가 되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봉은사나 봉원사에 비해서도 볼거리가 모자라는 듯 했다. 아무래도 서울 알짜배기 땅에 사찰의 부속건물이 모두 있는 형태로 남아있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대웅전 이외에 건물이 별로 없고 주변의 소리가 그대로 들려서 그런지 사찰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대웅전 자체의 건물은 제법 훌륭했지만 아쉬움을 채워주기엔 부족했다. 이런 아쉬움은 서울의 다른 사찰들과 달리 절 앞에 늘어선 불교용품가게들을 구경하며 달래야 할 지도 모르겠다.
대웅전을 가까이에서 보면 벽화가 꽤 인상적이다. 새끈하게 칠해진 벽화가 새로 복원했다는 인상을 너무 강하게 주고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림 하나 하나를 보면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창틀에 새겨 놓은 부조도 제법 눈길을 끌고.
조계사 옆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국이 복원되어 있다. 조계사와 마찬가지로 새로 복원된 건물이라 역사의 숨결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주변에 조선시대의 각종 관아터는 안내판 정도로 남아 있는 것에 비하면 우정국은 꽤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