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ly planet과 '지구를 걷는 법'에 소개된 곳 중에 비자림이라는 곳이 있다.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제주도에 그런 곳이 있었나?'하는 느낌이 들지만 외국의 가이드북에 소개된 걸로 봐서는 꽤 유명한 곳인 듯 했다. 비자림은 '비자'라는 나무에서 온 이름이고 영어로는 nutmeg, 일본어로는 '카야'라고 되어 있었는 데 어느쪽을 들어도 상상이 잘 안된다. 그 문제의 비자림에 가 봤다. '한라산을 실컷 보고서 또 숲이냐?'는 작은 불만을 안고서.
비자림 입구에는 두개의 사진 촬영장소가 있다. 하나는 아래 올린 비자림이라는 한자를 세겨놓은 이정표이고 보통 단체 관광객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연인을 위한 사진 촬영장소가 있다. 하트모양으로 구명이 나 있는 바위인데 보통 하트모양 구멍에 두 사람의 얼굴을 내밀고 사진을 찍는다.
비자나무는 천연기념물이다. 그래서 이름표를 붙여 놓고 관리를 한다. 그래서 비자나무에는 노란색 번호표가 붙어 있다. 비자나무의 열매는 '비자'인데 은행처럼 생겼지만 겉이 녹색이다. 해독작용이 있어 구충제로 사용한다고 하는 데 녹색이 소나무향하고 비슷한 향이 나서 냄새가 좋지 않은 은행에 비해서는 숲 자체의 향기도 상쾌했다. 만약에 비자림이 아니라 은행림이었다면 꽤 냄새가 심했을 것 같다. 이맘때의 동경대학처럼. 비자림의 길에는 붉은 자갈이 깔려 있다. 천연 세라믹이라 맨발로 걸으면 발의 피로를 풀어준다고 하는 데 날이 꽤 쌀쌀해서 그러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비자림에서 가장 크고 멋진 비자나무에 '새천년 비자나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하늘을 향해 팔을 뻗은 모습이 멋지기는 했다. '그래봐야 나무 한그루일 뿐'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비자림의 새천년 비자나무 뒤로는 제주도 전통 문이 놓여 있었고 출입금지 표시가 붙어 있어 더이상 가 볼 수는 없었다. 싸구려 취향인 내 눈은 천연기념물이지만 상록수인 비자나무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곱게 물들어 있는 단풍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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