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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다시보기

2006, 경주역, 교육문화회관

경주는 내 나이 또래의 서울 사람들에게는 수학여행 장소로 기억에 남게 된다. 중학교의 졸업여행으로 이듬해 고등학교의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와서 포석정, 불국사, 석굴암, 감포의 대왕암, 부산의 통도사, 포항제철 등을 본 적이 있는 데 어느새 가물가물한 곳이 되어 버렸다. 선생님의 통제에 따라 끌려다니는 여행이었는 지 아름다움을 느낄만한 심미안이나 정신적 여유가 없었는 지는 몰라도 정말 기억이 엷어졌다. 사진의 다보탑을 보아도 수학여행때 본 기억보다는 십원짜리 동전의 이미지가 더 강하니. 그래서 경주를 다시 보기로 했다. 분명 다른 감동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경주를 기차를 타고 가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이전엔 모두 버스를 이용했으니. 경주 버스터미날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 지 모르겠지만 이전의 이미지는 썩 좋지는 않았다. 경주역은 삐까뻔쩍한 현대건축물인 일본의 교토역에 비교하면 좀 초라했지만 나름대로 깨끗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계적인 관광지임을 주장했지만 안에 기념품점이 좀 허술하기도 했고 코인 락카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해서 이용하는 데 꽤 애를 먹은 기억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에어콘이 설치된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 만으로 기뻤다.

 

실로 오랜만에 5 star 호텔에서 묵어봤다. 경주 교육문화회관이었다. 보문 관광단지에는 그다지 싼 숙소가 없고 비싼 숙소와 아주 비싼 숙소가 있을 뿐인 데 이곳은 비싼 숙소였다. 1998년에 비싼 숙소였던 콩코드 호텔에 묵었었는 데 내부가 거의 여관 수준이었고 미끈한 온천물에도 적응이 잘 안되어서 그다지 기억이 좋지는 않다. 그 호텔에 5 star를 준다는 것도 좀 그랬었고. 게다가 잠시 엿보았던 힐튼 호텔 객실의 훌륭한 시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하기도 했다. 핑크색으로 칠해 놓은 힐튼 호텔의 외관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교육문화회관 객실은 그래도 5 star 호텔 같기는 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우리를 덮친 진한 담배냄새와 아예 나무로된 상자에 열쇠로 채워진 냉장고 열악해 보이는 텔레비젼은 차라리 여관이 낫다는 생각을 좀 하게 했다. 여관은 그래도 칫솔도 주고 샴푸도 있는 데... 게다가 서비스업 종사자의 나긋나긋하고 친절한 안내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아침 식사 어떻게 하냐고 물었을 때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아저씨의 터프한  안내를 접하고는 꽤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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