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서라벌의 모습이다. 신라의 전성기였던 8세기의 경주는 인구 백만으로 당나라의 장안, 동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에 견줄만한 대도시 였다고 한다. 오늘의 경주는 인구 30만의 지방도시가 되어 서라벌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1200년 전 이곳은 건물이 가득찬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 였을 지 모르겠다.
남산의 선각 육존불이라고 불리우는 부조이다. 비스듬히 앞뒤로 있는 바위 절벽에 각각 삼존불이 그려져 있다. 이름은 육존불이지만 육존불은 없는 개념이고 두 삼존불이 하나는 현세 다른 하나는 내세의 부처를 상징한다고 한다. 선각으로 그려낸 부처님은 공들인 조각보다 볼품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입체로 깎아낸 조각이 표현하기 어려운 자유로운 선의 움직임이 감상의 포인트라고 한다. 잘 봐주면 이중섭의 크로키 같은 율동감이 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곧 그렇다고 말하기엔 이중섭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마는 데 역시 심미안이 높지 않은 나에게는 불행히 그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공들인 조각들이 더 멋지게 보인다.
선각육존불 위에는 원래 전각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곳에서 발견되었다는 몇 장의 기와조각과 전각을 세울 때 기둥을 고정했을 것 같은 네모난 홈과 물이 빠지도록 설계한 길쭉한 홈이 그랬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물이 빠지도록 수로를 파놓은 것이 훌륭하다고 주장은 하지만 더 놀라운 과학이 숨어있는 건축물도 많이 보아서 이정도는 별 감흥이 없다.
짧은 남산투어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보물 666호 - 번호가 꽤 위협적이다 - 로 지정된 석불좌상이었다. 이 장면에서 강사 분이 설명하고 있는 건 이 작품이 성형수술을 했다는 대목이다. 이 불상도 다른 불상들처럼 조선시대에 목이 잘려나가는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제시대에 잘려나간 목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얼굴 아랫부분이 깨진 상태로 발견이 되어 일본 사람들이 시멘트로 대충 성형수술을 해 놓았다고 한다. 시멘트로 발라진 윗부분은 석굴암의 본존불을 연상시킬만큼 아름답지만 아랫부분 때문에 우울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일제의 만행?과 함께 이 불상은 또 한번 시련을 겪게 되는 데, 사실 이 불상의 등 뒤에는 광배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힘있는 조각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하는 데 60년대에 이 불상 옆에서 술먹던 청년이 떨어뜨려 깨져 버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상이 보물로 지정된 걸 보면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 모양이다. 강사 분은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겼다. '성형수술을 하려거든 면허증 있는 의사에게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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