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화물터미날이라는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화물보다는 사람이 많이 이용해서 서울 남부터미널이 되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과는 지하철 2정거장 거리에 불과하고 고속도로로 나가는 양재동까지의 거리는 오히려 가까울 것도 같은 데 별로 장사는 잘 안되는 것 같다. 용인에 살던 친구나 회사가 거제도인 친구가 가끔 이용하는 정도의 이미지 였는 데 지금은 내부의 가게도 조금 정돈하고 몇몇 관광지로 가는 버스도 있는 듯해서 관심을 가져볼까하는 느낌도 든다. 청주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이곳에서 출발하는 것 같은 데 청주공항까지 2시간 안짝으로 떨어지고 인천 공항의 탑승수속 시간을 생각하면 경쟁을 해 볼만도 하지만 그럴 의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남부터미널 맞은편 BC카드 골목이라고 하는 곳에 위치한 센트로 호텔이다. 학교를 다닐 때 호암교수회관 이상으로 세미나, 워크샵, 간담회 명목으로 많이 찾게 되는 곳이 이곳인 것 같다. 내가 있는 연구 센터에서도 세미나를 개최하려고 알아 보았는 데 과학기술회관에 비하면 훨씬 비싸지만 교육문화회관보다는 훨씬 싸게 해 주는 것 같다. '훨씬'이라는 부사를 양쪽으로 2번 쓰게 될만큼 각각의 장소의 값차이는 컸다. 1층에 대도라는 고기집이 있고 얼추 가격은 신성동의 김삿갓 수준인 데 맛은 김삿갓이 훨씬 낫다. TV 프로에도 소개가 되었다는 깍두기 볶음밥도 내 입맛엔 그저 그랬다.
예술의 전당이 들어서고도 우리나라에 오페라를 공연할만한 곳은 한동안 세종문화회관 밖에 없었다. 그 후에 예술의 전당에 오페라 극장이 들어서면서 오페라 전용극장이 생기게 되었다. 옆에서 보면 저렇게 펑퍼짐해 보이지만 싼 자리는 꽤 높아서 주인공이 작게 보인 기억, 그리고 이곳에서 유난히 코리아 심포니가 반주를 많이 해서 그 악단의 소리를 내 머리 속에 각인 시켜준 기억, 그리고 가끔 한가하게 자판기 음료를 마시며 떠들러 갔던 기억 들이 내 머리를 채우고 있다.
사진 작가에 따라서는 예당 분수를 이렇게 멋지게 담아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2003년 5월쯤 어느 감명 깊은 공연이 있던 날 음악 동호회에 계신 분이 찍은 사진이다. 음악 애호가 입장에선 예당에 들여 놓기로 했던 파이프 오르간과 맞바꾼 시설물이라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예당을 수많은 사람이 산책 나오는 곳으로 만든 데 이 분수가 기여한 면은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바로 그날 공연에 파이프 오르간을 전자 오르간이 대신한 건 이 아름다운 사진을 봐도 안타깝다.
2004년 까지만해도 한달에 한 번 이상은 이곳에서 공연을 본 것 같은 데 지금은 자주 공연을 보지 못해서 안타까운 곳이다. 원음을 깎아먹는 풍부한 잔향이나 좌석에 따라서 편차가 큰 음향으로 비판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홀 중에선 가장 음향이 좋고 개인적으로는 추억도 많은 곳.
왼쪽에 여자 성악가 4명, 오른쪽에 남자 성악가 4명 합창석을 가득 채운 합창단. 말러 교향곡 8번의 공연 모습이다. 합창단 수를 많이 확보하지 못해서 오히려 오케스트라를 좀 줄였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이 작품이 내 앞에 펼쳐지는 건 그런 이야기쯤 신경 쓰지 않게 할만큼 감동적이다. 학위를 받으려고 힘들어 하던 때 어렵게 시간을 내어 보았던 공연이라 더욱 감동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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