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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추억

2006, 제주시 탑동

지금은 다른 호텔로 바뀐 것 같은데 탑동에 있었던 화이트 비치 호텔의 모습이다. 하루 숙박비 2만원으로 계산하는 출장비로 날아오고 연구실에서 다른 동료들이랑 연구 주제가 좀 달라서 학회를 혼자 갈 때가 많아 주로 학회에서 제공하는 호텔 중 가장 싼 옵션을 찾게 된다. 2003년에는 내 핑계를 대고 연구실 사람들이 단체로 오기는 했지만 다들 애월쪽에 있는 콘도에 묵었고 나는 논문 발표를 해야 하니 학회장인 라마다 플라자 호텔 근처의 호텔을 찾았다. 학회가 제공하는 호텔 중 가장 쌌던 화이트 비치호텔에서 묵었다. 방은 괜찮았던 것 같은 데 멀건 김치국의 아침식사는 좀 별로였다.

 

중화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화교라는 집단이 있다. 정크선이라는 배를 타고 동아시아의 바다를 끼고 상업활동을 했던 것 같은 데 아직도 동남아의 경제권을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서는 그것이 맘에 안들어서 폭동이 나기도 했고.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화교가 정착하지 못한 나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배척정책이 컸다고 하기는 하는 데. 하여간 우리에게 화교는 짜장면이라는 맛있는 음식을 개발해서 전해준 존재이기도 하고 짜장면의 발상지라는 인천에는 관광목적을 위해서라도 차이나타운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주도에는 차이나타운은 아니더라도 제주시의 산지천 하구에 정크선을 하나 가져다 놓고 중국피난선체험관이라고 만들어 놓았다. 정크선 안에서 가족이 숙식을 해결하는 모습이 밀납인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던 것 같은 데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그다지 볼게 없었던 중국피난선체험관에서 오히려 인상적인 건 정크선의 갑판에서 바라본 삼지천일지도 모르겠다. 배가 다녀서 어떻게 보면 운하같이도 보이는.

 

2001년에 제주도를 처음 왔을 때는 여기가 이런 모습이 아니었던 것도 같은 데 2003년에는 산책로가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갑판을 걷는 것 같은 나무 바닥과 옆의 벽을 따라서 장식된 바다를 상징하는 문양들. 내 기억이 맞다면 2001년에는 그냥 콘크리트 바닥에 옆에는 하늘색 페인트 위로 조금 촌스러운 느낌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책로의 주인공은 늘 그대로인 제주도 앞의 바다일 것이다. 바다가 없다면 여기를 걷게될 일도 없을테니.

 

2003년 유체공학학술대회를 여기서 했다. 일본으로 뜨기 직전에 정말 정신없는 가운데서 발표를 하게 되었는 데 등록비 5만원 쯤 받는 국내학회 치고는 너무 센 곳을 잡은 게 아닌가 싶었다. 첫날 리셉션을 했는 데 몇몇 칵테일에 마른 안주만이 존재하여 외국에선 당연할 지 몰라도 저녁이 될 뭔가를 기대하고 온 사람들을 좀 실망시키긴 했다. 하긴 이 장소에서 학회를 할 때 그 이상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듯도 싶고. 그래도 2003년 8월에 여기가 처음 문을 열어 싸게 해 준게 아닌가 싶기는 했는데. 라마다의 서울 르네상스 호텔은 많이 봐서 이제는 좀 질리긴 했지만 이 건물은 좀 개성이 없게 지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야 논문을 발표했던 장소이니 옆을 지나가다가도 그때를 생각하면서 한번 눈길을 주게 되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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