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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그리고 강화

2023년 봄, 인천, 자장면 박물관

일본은 검정색의 증기선을 몰고 쳐들어 온 미국의 페리 제독에 의해 강제 개항을 하게 되고 불평등 조약인 미일수호통상조약을 맺고 개항을 한다. 그나마 일본은 준비할 시간 1년을 벌었는데 우리에게는 그러한 시간도 주지 않고 운양호를 강화도에 몰고와서 대포를 쏘며 강화도 조약을 맺고 강제 개항을 한다. 임진 왜란 이후에 개항한 곳은 부산포, 염포, 제포였는데 강화도 조약 이후 개항을 하게 된 곳은 부산, 원산, 인천이었다. 부산은 지리적으로 일본에 가까웠고 원산은 러시아 견제에 필요했고 인천은 서울과 가까워서 조선을 식민지화하기 위한 일본의 야욕이 반영된 포석이었다. 가끔 일본이 한일 합방조약이 합법적이었다느니 한일수교협상으로 위안부 문제 포함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이 끝이라는 말을 할 때 미국이 일본에게 미일수호통상조약이 합법이고 여전히 유효하며 미국에 대한 일방적 관세 철폐와 미국인에 대한 치외법권을 주장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물어보고 싶다. 하여간 인천은 개항을 하도록 조약은 되어 있었으나 서울에 가깝다는 꺼림직함 내지는 조수 간만의 차이가 커서 큰 항구가 될 수 없다는 등등의 이유로 개항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학 혁명 이후에 청일전쟁, 임오군란을 거치면서 인천은 개항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천에 청나라와 일본의 조계지가 생겼고 사진 속의 계단 을 경계로 왼쪽은 청나라 오른쪽은 일본 조계지가 되었다고 한다. 계단의 석등이 왼쪽은 청나라 양식, 오른쪽은 일본 양식으로 되어 비대칭이다.

 

청나라 조계지에는 중국 상인들이 들어온다. 동남아에서는 외우내환을 피해서 온 중국인이 유럽에서는 노동자로 유입된 중국인이 차이나타운을 만들었다면 우리나라는 조금 다른 경로로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사진 속 건물은 싱가폴의 차이나타운을 연상시킨다. 

 

전세계적으로 화교는 대부분 중국의 복건성, 광동성, 해남도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산동반도에서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 근거로 깐풍기에서 닭고기에 해당하는 글자를 '기'로 발음하는 것이 산동 반도 사람들의 발음이라고 한다. 예전에 칭다오를 갔을 때 독일 공사가 지은 영빈관의 위치를 물어 보았었는데 성조가 틀렸는지 내가 중국어 발음인 '잉빈관'이라고 할 때는 못 알아 들었는데 지도의 한자를 보여주니 그들은 '영빈관'으로 발음했다. 공화춘이라는 이 가게의 이름은 공화국의 봄이라는 뜻인데 청나라가 막을 내리고 중국이 공화국이 된 것에서 이름을 따 왔다고 한다. 하여간 중국에 작장면이라는 음식이 있었는데 이 가게에서 소스에 전분과 캬라멜을 넣어 맛을 끌어 올리고 돼지고기를 투입하여 오늘날 우리가 아는 자장면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 조형물을 보면 마치 나가사키의 짬뽕처럼 자장면은 조선땅에 와서 노동을 하는 중국인 노동자의 소울푸드로 탄생한 것 같이 묘사가 되어 있다. 자장면을 먹은 중국인들은 자장면 한 그릇에 고향을 느꼈을까? 자장면은 적어도 현재 일본에서는 나름 알려져서 일본에도 한국식 자장면과 짬뽕을 파는 중국 음식점이 있고 (심지어 요코하마의 차이나 타운에도) 도쿄의 신오쿠보 같은 곳에는 백종원의 홍콩반점도 진출해 있다. 정작 중국에서는 예전에 이연복 셰프가 가서 한국식 짬뽕을 만들어 팔았을 때 너무 매워서 사람들의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요즘엔 거의 모든 음식이 배달을 하지만 치킨이나 피자 배달도 흔치 않던 90년대 초반 까지는 자장면은 배달 음식의 대명사였던 것 같다. 그것도 꼭 저 철가방이 생각나는데 철가방 이전에는 나무 통을 사용한 것 같다. 옆면이 슬라이딩 방식으로  위로 열리는 배달 통은 나무 시절에 개발이 되어 철가방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예전에 PC 케이스 중에 비슷한 구조로 된 놈이 있었는데 볼 때마다 철가방이 생각났던 기억이 난다. 

 

자장면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울 푸드 역할을 하고 있는 음식은 라면일 것 같다. 일본의 라멘은 음식점에서 만들어 주는 쪽이 대세이지만 우리나라 라면은 인스턴트 라면이 대세다. 인스턴트 라면의 기술 발전과 함께 자장면도 인스턴트 라면처럼 만들어져 나왔는데 짜파게티, 짜짜로니 말고도 정말 많은 제품들이 만들어졌던 모양이다. 이주일 아저씨가 그려진 우짜짜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