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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야기

2024 동묘

지하철 6호선 동묘역이 생기기 전에 동묘라는 지명을 그리 자주 들어보지는 못한 것 같다. 구제 옷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동묘의 벼룩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이곳은 청계천 옆에 있어서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물건을 파는 곳이 되었다고 하고 지금의 벼룩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같다. 동묘는 누군가의 사당인데 주인공은 특이하게도 관우라고 한다. 차이나타운에는 재물의 신으로 관우 사당이 많이 있는데 이곳에 관우가 모셔진 사연은 좀 다르다고 하는데...

 

차이나타운의 사당과는 실제로도 좀 차이가 있게 되어 있다. 관우에게 돈을 잘 벌게 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용도가 아닌 실제로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되어 있는 것 같다. 경건한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잡인을 금한다는 비석이 있고 말에서 내려 들어가라는 하마비도 있다. 귀신이 통과하도록 홍살문이 포함된 문을 지나면 관우 사당이 나온다. 동묘는 동쪽의 묘라는 뜻이고 원래 동서남북에 다 있었지만 지금은 동묘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곳이 지어진 이유는 임진왜란 당시에 명나라 왕의 꿈에 관우가 나와 당신은 전생에 유비이고 선조가 전생에 장비인데 장비가 위험에 처했으니 원군을 보내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전생에 장비인 것 치고는 선조의 전투력이 너무 안 좋은 것 같다. 하여간 그 꿈을 믿었던 명나라 왕은 대신들을 설득해서 조선에 원군을 파견하게 되었고 일본을 격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이후 명나라에서는 건축비도 보내고 현판도 내려보내 관우의 사당을 짓게 했다고 한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 살림이었지만 우리나라를 구해준 명나라에서 돈도 주고 현판도 주었으니 짓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는데...

 

 

사당 안에는 관우의 금동상이 모셔져 있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관우 사당에서 관우는 보통 얼굴이 빨간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금동상이니 그렇게 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적토마나 칼같은 소품도 없다보니 딱히 관우라는 것을 알아보기는 조금 어려운 것 같다. 일월오봉도가 아닌 일월삼봉도를 병풍으로 쓰고 있다. 옆에는 유비와 관우의 채색 테라코타가 있는데 풍기는 분위기는 불상과 사천왕상같다. 

 

명나라 왕이 현판을 하사했다고 하는데.. 이곳에 현판은 여러개 있었는데 오래되어 보이는 이 놈이 그것인 것 같았다. 위에 그려져 있는 학 문양도 조금 특이하다. 관우가 현령소덕무안왕인 것 같은데 대한제국 이후에 황제국이 되면서 바깥 현판에는 왕이 황으로 바뀌어 있으니 적어도 바깥쪽 현판은 대한제국 때 만들어진 것 같고 이 놈이 명나라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동묘는 명나라에서 건축비는 지원했으나 조선에서 지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조선의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다. 명나라의 분위기는 우리나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벽돌을 사용한 것에서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이곳을 애써 찾아가면 크지 않은 규모에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청계천의 끝자락에서 보거나 동묘시장을 구경하는 길에 들른다면 좋을 것 같다. 동묘시장은 구제옷 이외에도 온갖 물건을 파는데 동남아 관광객도 있는 것 같았다. 중고 음반도 파는데 가격이나 구색을 보았을 때 그냥 알라딘이 더 나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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