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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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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설악산, 한계령 천불동 계곡에 비해 한계령은 아름다움보다 거칠고 험준한 느낌이 강했다. 특히 수해 때문인지 원래 그런지는 몰라도 눈 앞에 펼쳐진 바위 언덕을 볼때는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강원도에 와서 한글의 흔적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화면이 나오면 '이곳이 우리나라가 아닐지도 몰라.'라는 상상을 해 보라는 친구의 말이 얼핏 기억이 났다. 그런 기억으로 이 화면을 보면 왠지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어렵게 바위언덕을 오르던 장면을 촬영했다고 우겨도 믿을 것 같은 느낌이 스친다. '한계령 코스는 별로 볼게 없네.'라고 느끼던 내 마음을 읽었는 지 옅은 구름이 드리우면서 어디선가 산신령이라도 나올 것 같은 화면을 연출해 주었다. 산행을 마치고 한계령 휴게소로 내려왔다. 이번 산행에서 느꼈다. '무거운 배낭메고 산행하..
2007, 설악산, 중청봉~대청봉 설악산 중청 대피소의 모습이다. 소청 대피소가 여관이라면 이곳은 호텔이라고 들었던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일단 외관은 '대피소'치고는 매우 깔끔해 보였다. 검정색이 조금 으스스한 분위기를 주기도 했지만. 중청대피소에서는 저녁 때 설악의 자연이라는 강연을 해 준다. 설악의 이곳 저곳을 설명해 주고 날씨가 좋으면 중청대피소에서 금강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코메디 프로나 드라마에서 듣던 강원도 사투리로 설명을 들어서 그런 지 나름 재밌게 들었다. 열심히 등산을 해서 피곤했는 지 밤 9시에 소등을 해서 일찍 잤음에도 불구하고 일출을 볼만큼 일찍 일어나지는 못했다. 그래서 바라본 이 장면은 정확하게 일출은 아니고 해가 뜨자마자 구름 뒤로 숨었고 해의 그림자가 동해에 비친 광경이다. 그래도 설악에서..
2007, 설악산, 소청봉~중청봉 소청봉에 오르니 설악산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광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힘들게 산에 오르는 모양이다. 그리고 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설악산에 찬사를 보내는 것도 이런 장면 때문일 것 같고. 이번 설악산 등반의 2대 목표가 있었다. 소청봉에서 석양을 보고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는 것. 소청봉의 석양은 이런 모양이었다. 5월 말에도 진달래가 피어 있고 그 위로 펼쳐진 설악산 너머 아득한 서쪽으로 물들어가는 석양. 소청봉에서 바라본 중청봉의 모습이다. 꼭대기에 돔형의 구조물이 있는. 우리의 원래 계획은 중청대피소에서 잠을 잘 예정이었는 데 중청대피소에서 물을 풍족하게 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소청대피소로 발길을 옮기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위치에서 만난 등반 전문가가 소청대피소가 여관이라면..
2007, 설악산 천불동 코스 천불동 코스의 첫번째 휴게소인 양폭대피소의 모습이다. 원래는 왼쪽 건물을 산장처럼 운영해 숙박도 하는 듯 하지만 지금은 휴업 중이었고 뭔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왼쪽의 건물이 닫아 매점도 사진 오른쪽의 형태가 되었는 데 궁금한 음료수의 가격. 하나에 2천원이었다. 우리가 좀 비싸다는 표정을 짓자 파는 분이 '수재민을 도와 주셔야죠.'라는 반응을 보이셨다. 양폭 대피소의 양폭은 지명에서 온 것이다. 대피소 뒤쪽으로 양(陽)폭포라는 폭포가 있는 데 발을 몇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시원한 물줄기가 인상적이었다. 천불동계곡의 폭포 중 맨 위에 있는 폭포에는 천당(天堂)폭포라는 이름을 붙였다. 양폭까지 평탄한 길이 가파라지기 시작하고 만난 곳이 기쁜 구름의 집이라는 희운각 대피소다. 이곳 지도에 대청봉까지 거리에..
2007, 설악산 신흥사, 비선대 설악산의 관문 역할을 하는 설악동의 모습이다. 뒤로 멋지게 펼쳐진 설악산이 보이고 단체 관광객에게 사진찍을 포인트를 제공하는 반달곰 동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설악동의 설악산 입구 근처에는 설악산 신흥사라는 절이 있다. 절의 입구에서 설악산이라는 한자를 확인할 수 있는 데 1년에 석달을 제외하고는 늘 눈에 덮여 있는 산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은 반대로 1년에 석달 쯤 눈에 덮여 있으려나? 지구 온난화 때문인 지 날이 따뜻해져서 지명도 어색해지는 시대가 온 모양이다. 신흥사 경내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큰 청동불이었다. 가시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광배가 제법 특이하고 악마에게서 항복을 받아낸다는 항마촉지인을 한 모습이 산에서 생기는 재앙으로부터 등산객을 보호해 줄 것 같다. 설악산 비선대의..
2007, 속초 학사평 설악산에서 숙박은 금호리조트에서 했다. 수학여행온 학생으로 가득했고 복층식의 방이었는 데 넓고 시설이 좋아 흐뭇했다. 그리고 테라스에서 바라본 설악산이 멋져 보여서 설악산 등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저놈도 후지산처럼 멀리서 볼 때는 멋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별로일지 몰라.'라는 의심도 좀 들기는 했지만. 설악산 한화콘도 앞에 학사평이라는 곳이 있다. 콩으로 유명한 곳이라 콩을 이용한 두부요리가 맛있다고 하는 데 지자체에서 기획을 했는 지 가게의 간판들과 버스정류소 표시 등이 콩 마스코트와 연두색, 노란색 글씨로 통일이 되어 있었다. 김정옥 할머니 순두부라는 가게에서 순두부를 먹었다.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먹어서인지 콩의 고소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2007, 속초 동명항 Part 2 동명항의 등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 중 하나라고 한다. 실물은 몇년전 해체하여 옆에 세워져 있고 지금은 전망대를 겸하는 새 등대가 들어서 있다. 동명항 근처에는 지리시간에 배운 사주, 석호 등의 지형이 발달해 있다. 청초호, 파로호, 영랑호 등등 내 눈앞에 펼쳐진 호수 들 중에 어느게 어느건지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호수와 바다가 경계를 이루는 모습이 멋지게 들어왔다. 속초에서 회를 먹고 싶은 데 어디로 갈까를 고민했었다. 일단 대포항보다는 동명항이 싸고 좋을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은 기운 상태. 그래도 막연했는 데 속초시청 홍보실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대뜸 동명항 횟집 어디가 좋아요?라고 물어봤다. 그래서 소개를 받은 곳이 이곳 경호횟집. 자연산 광어가 맛있다고들 하는 데 입이 싸구려..
2007, 속초 동명항 영금정 동명항의 영금정을 건너는 다리의 모습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의 미니어쳐 같이 생겼는 데 실제로 보면 꼬마 아이가 어른 정장을 입고 있는 것 처럼 어색하면서도 귀엽다. 복원을 허술하게 해서 그다지 예쁘지 않은 영금정의 부족함을 좀 채워주는 느낌이다. 다리에 비해서 영금정의 정자는 조금 볼품이 없다. 천정의 그림이 조금 특이한 정도. 그래도 이 앞의 바다가 아름다워 이곳을 찾게 되고 영금정에 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 정자 앞에서 사진을 찍게 된다. 감포의 대왕암을 연상시키는 영금정의 앞바다 모습이다. 동해의 바다를 바라보는 건 언제나 감동적이다. 때이른 더위가 찾아와 첫여름의 느낌이 날 때도 물론.
2007, 속초, 동명항 Part 1 강릉과 함께 강원도 관광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는 도시이고 설악산의 관문인 속초시를 찾았다. 반달곰과 오징어를 마스코트로 쓰고 있는 듯 하다. 이전에 속초를 찾았을 때는 대포항에서 회를 사다가 먹었는 데 어느새 대포항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곳, 오히려 동명항이 가격대비 실속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되어 있었다. 동명항의 어시장은 방조제를 따라 터널모양으로 늘어선 모습이 특이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았다.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는 추억에 잠기게 한다. 특히 석양이 지는 모습을 볼 때면.
2006, 태백, 태백산, 눈꽃열차 태백산 등산로는 잘 닦여져 있어서 겨울 산행도 무리가 없도록 되어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이 가끔 비료 봉투를 썰매로 타 주어서 발자국도 안보이는 매끄러운 눈길을 만들어 준다. 비료푸대로 썰매를 탄다는 것이 코메디 프로그램에서나 나오는 말인 줄 알았는 데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었다. 가끔씩 사람들이 타고 내려오는 비닐에 '토실이','맛자랑'같은 비료 이름이 웃음을 짓게 하지만 아이젠이 달린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썰매를 타고 위에서 나를 향해 내려올 때는 꽤 위협적이기도 했다. 우리가 어느 산에 설경을 보러 간다고 하면 이런 장면을 상상할 지 모르겠다. 표면이 살짝 얼어 있는 계곡의 바위에 눈이 소복히 덮여있고 멀리 눈덮인 산의 모습이 보이는. 일정이 촉박해서 태백산으로의 짧은 등산은 매표소와 정상인 천제단 ..